'18세 성인' 두잣대…주민증 꺼내면 '통과', 학생증 보이면 '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국회가 지난 16일 성인영화 관람허용 연령을 놓고 논란 끝에 통과시킨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졸속 입법' 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개정안에는 성인영화 관람가능 연령을 18세로 정하면서, 18세라도 고교 재학생의 경우 사회보호 차원에서 성인영화를 볼 수 없도록 예외 규정을 두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서울YMCA 등 시민단체들은 "고교생이 학생증 대신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면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느냐" 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포르노 같은 영화가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생이 아닌 18세 청소년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냐" 고 비난했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해 법령마다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는 청소년보호 연령을 19세 미만으로 통일해 줄 것을 각 부처에 주문했다.

미성년자보호법에는 20세 미만, 국민건강증진법 19세 미만, 영화진흥법 18세 미만 등으로 각각 규정돼 있어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진흥법 개정안의 입법과정에서 청소년보호 연령이 네번이나 바뀌는 진통이 벌어졌다.

당초 정부는 18세에서 19세로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문광위가 심의 과정에서 현행처럼 18세로 수정했고, 법사위는 또다시 "청소년 연령을 통일해야 한다" 는 의견을 제시하며 19세로 환원시켰다.

결국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문화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며 고교생을 제외한 18세도 성인용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수정안을 제시, 자유 표결 끝에 이를 통과시킨 것이다.

서울YMCA 이승정 청소년사업부장은 "국회가 영화계의 로비에 끌려갔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며 "앞으로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협의, 국회에 재심의를 요구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규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