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42.195㎞ 100번째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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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한번 달리다 보니 어느덧 100번째 풀코스를 맞게 됐습니다.”

1일 열리는 2009년 중앙서울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100회째로 완주할 공준식(71·예비역 대령·사진)씨는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 42.195㎞를 달리다 보면 때론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고통이 밀려 오지만 참고 견디면 완주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사 17기생으로 평생 군에 몸담았던 공씨는 마라톤으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노익장이 따로 없다.

그가 마라톤에 눈을 돌린 것은 1990년대 중반. 조달청 규격실장을 끝으로 군 생활을 마감한 그는 백두대간을 두 번 종주하는 등 등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등산 도중 자신을 추월해 뛰어다니는 산악 마라토너를 보며 처음엔 산악 마라톤에 도전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산을 뛰어다니는 것은 무리였지요. 그래서 일반 마라톤으로 돌렸지요.”

그가 처음 풀코스에 도전한 것은 99년.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당시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가했는데, 달리다 보니 몸이 분해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는 다시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내 산을 오르면서 히말라야 등산의 꿈을 키웠다. 그 뒤 안나푸르나, 랑탕계곡, 칼라파트르 등 장정들도 쉽지 않은 외국의 해발 5500m급 이상 고산을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그가 산에 다니는 동안 육사 동기생들을 비롯한 마라톤 동호인들의 완주 기록은 늘고 있었다. 젊어서부터 동기생 누구보다 체력에 자신이 있던 터라 오기가 생긴 그는 다시 마라톤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2003년 중앙일보에서 열었던 마라톤 교실 1기생으로 국가대표급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그런 뒤 스스로 정한 목표인 3시간 40분대 벽을 허물었다. 그래서 그에겐 중앙마라톤이 마음의 고향과도 같다고 한다. 100번째 완주를 중앙마라톤에서 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마라톤의 묘미를 터득한 그는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의 마라톤 대회까지 찾아다녔다. 10㎞ 하프코스를 마흔 번, 100㎞가 넘는 울트라 코스도 세 번 완주했다. 200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땐 전날 배탈이 나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도 완주했다.

그의 하루는 모두 마라톤에 맞춰져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근처 공원에서 근력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엔 헬스 클럽이나 한강에서 10~15㎞를 달린다. 주말엔 대회에 참가하거나 30㎞ 정도를 달린다.

100회 완주 달성을 눈앞에 둔 그에게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마라톤으로 고통을 즐길 줄 아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그는 “여든 살때 풀코스를 5시간 안에 완주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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