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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세 왜 못없애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목적세 폐지가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은 선거를 앞두고 후퇴하는 정부 개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정경제부는 나라살림을 효율적으로 꾸리기 위해선 목적세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올해 세정(稅政)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목적세를 일반세로 돌릴 것을 권고했다.

목적세는 교육.농어촌.사회간접자본(SOC)사업 등에 충분한 예산 심의 없이 칸막이식으로 재원을 보장함으로써 세금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들은 목적세를 매우 엄격히 제한해 환경보호 재원 등으로 전체 국세의 1% 정도만 거둬들이고 있다.

반면 국세 중 목적세 비중이 무려 22%에 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재경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온 목적세 폐지가 쑥 들어간 것은 지난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교육세의 존속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면서부터다.

소관부처인 교육부가 쌍수를 들어 환영한 가운데 건설교통부(교통세).농림부(농특세)등 다른 부처들도 폐지불가론을 들고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만 살피던 정치권도 목적세 폐지를 외면했고, 재경부는 결국 법안 상정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현진권(玄鎭權)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처럼 경제 여건에 변화가 많은 나라에선 상황에 따라 정부 재정을 탄력적으로 배분할 필요성이 크다" 며 "쓸 곳을 정해두고 거둬들이는 목적세는 당연히 폐지됐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玄위원은 "물론 교육이나 SOC 분야 등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부처는 목적세로 보장받는 특별회계에 의존하기보다 당당히 국회 심의를 받고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타가야 국민 혈세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김종민(金鍾敏)국민대 교수는 "당초 목적세 폐지는 이해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할 때 정치 지도자들이 정부 개혁 차원에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는 한 힘든 일이었다" 면서 "목적세 폐지의 무산은 정부 개혁 후퇴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 이라고 비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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