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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대신 피자 반죽을 든 로미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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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두 가문의 뿌리깊은 원한과 치명적인 사랑, 비극을 통한 극적인 화해 등 셰익스피어의 낭만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췄다. 때문에 끊임없이 공연된다.

사랑이 절로 싹틀 것 같은 계절, 원전을 비튼 '로미오와 줄리엣'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신예 연출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가 선보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사진)에는 관객들에게 친숙한 칼싸움이 등장하지 않는다. 갈등하는 두 집안 사람들이 칼 대신 손에 쥔 것은 피자용 밀가루 반죽. 몬태규와 캐플릿 집안은 이웃하며 경쟁하는 피자집들인 것이다. 때문에 육탄전 정도는 벌어지지만 주로 어느 집의 반죽 품질이 더 우수한지, 누가 더 맛있는 피자를 만들 수 있는지를 두고 자존심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같은 밀가루로 만든 반죽 품질이 차이날 리 없다. 결국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피자를 만들면서도 두 집안은 왜 서로 증오하는지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채 미워한다는 것. 페스티벌 자체가 무산돼 실제 공연되지는 않았지만 2003년 아비뇽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고, 독일.러시아.미국 등지의 공연에서 인기를 끌었다. 7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02-2005-0114.

극단 인터가 지난해 창단 작품으로 내놓은 '줄리에게 박수를'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을 뒤섞은 특이한 작품. 과거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함께 하며 로미오와 줄리엣 두 사람은 실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로미오가 지하철에서 사고로 죽은 뒤 줄리(로미오가 붙여준 줄리엣의 애칭)가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등한다는 이야기다. 줄리는 새 연극 '햄릿'에서 오필리어역을 맡았고, 햄릿으로부터 실제로 구애를 받는다. "결국 연극판 주변의 삶과 사랑,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게 연출가 손대원씨의 설명이다.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리랑 소극장에서 공연. 02-765-4953.

서울예술단은 연극에 노래의 옷을 입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1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2002년.2003년 공연에서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대중성을 확인한 작품. 02-523-0986.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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