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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화제] 학교종이 땡땡땡 … '추억의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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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시민이 기증한 풍금을 설동근 교육감(왼쪽)등이 둘러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1998년 8월 퇴직한 문문자(62.여.부산 서대신동)씨는 39년간 애지중지하던 풍금을 지난 7월 21일 부산시교육청에 기증했다.

1963년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 받은 뒤 2년간 번 돈으로 이 풍금을 샀던 문씨는 "재산목록 1호였지만 나이 든 세대에는 향수를, 어린 세대에는 과거 역사를 전해주기 위해 기증했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7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이 같은 교육사료가 4000점을 넘었다. 대부분 애틋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윤남순(66.여.강서구 대저동)씨는 두 아들(38,35세)에게 초등학교 6년 동안 머리를 깎아줬던 바리캉(이발기)과 수동식 전화기를 내놓았다. 윤씨는 "바리캉은 일제 때 시아버지가 구입해 남편(71)의 머리도 깎아준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이동심(64.여.동래구 낙민동)씨는 시험문제 등을 인쇄할 때 사용했던 줄판을 기증했다.

줄판은 잔잔한 줄이 그어진 철판(鐵板)으로 기름종이를 올려놓고 펜으로 글을 쓴 인쇄도구. 기름종이는 등사기 복사 원본으로 사용됐다.

이씨는 "가정통신문을 만들거나 시험문제를 낼 때 줄판은 필수품이어서 개인이 구입했다"며 "복사기 세대인 요즘 어린이들에게 생소한 도구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현배씨가 쓴 1945년 판 중등조선말본(국어보조 교재), 1952년 편찬한 초등표준수련장(초등학교 참고서), 슬라이드, 8비트 컴퓨터, 타자기, 1982년산 책걸상, 주판 등 다양한 자료들이 기증됐다.

교육청은 해운대구 반여3동 위봉초등학교 내 교실 4칸에 교육사료보관소를 마련, 이 곳에 자료를 모아두고 있다. 교육청은 내년 6월까지 자료를 기증받아 50, 60년대 분위기가 나는 교실을 꾸밀 예정이다.

학생들이 추억의 교실에서 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하고, 옛 책걸상에 앉아 옛 교과서로 공부해 보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계속 수집할 사료는 초.중등 교과서, 학습지, 교복, 앨범, 흑판, 풍금, 학교종, 양은 도시락 등이다.

시교육청 장성욱 장학사는 "나이 든 세대에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공간으로, 어린 세대에는 부모들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했는 지를 보여주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증 문의 051-860-0269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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