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경원 재수사' 검찰 고민] '전관 소환' 뜨거운 감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1만달러 수수 혐의 부분을 재조사 중인 검찰이 당시 수사간부 소환을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이들을 부를 단계가 됐지만 덥석 소환하자니 안팎 눈초리가 부담스런 탓이다.

검찰은 이미 "2천달러 환전기록 등 중요 물증들이 왜 빠졌고 누가 이 과정을 알았는지 조사할 것" 이라며 당시 수사검사는 물론 윗선들에 대한 조사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수사팀은 서경원(徐敬元)전 의원이 기소되기 4일 전인 89년 8월 8일 은행원 安모씨로부터 2천달러의 환전영수증을 제출받았다.

전달 28일 이미 徐전의원으로부터 "金대통령에게 1만달러를 줬다" 는 진술을 받고 수사결과 발표를 준비하던 수사팀으로선 '엉뚱한' 물증이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결국 당시 수사팀이 2천달러 환전표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측 시각이다.

검찰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할 정황증거로 당시 수사팀이 문제의 2천달러의 출처가 출국 전 국내에서 받은 '장도금(壯途金)' 의 일부인 것으로 몰아붙이려다 중도에 포기했던 기록도 제시하고 있다.

당시 수사 지휘계통은 주임검사였던 李지청-안강민(安剛民)공안1부장-김기춘(金淇春.한나라당 의원)검찰총장으로 이어졌다.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金전총장이 중요한 사건들은 예외없이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라 직보체제가 구축됐을 수도 있다" 며 공안1부장-총장간의 '핫라인'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소환 대상을 무작정 확대시킬지는 미지수다. 현직 야당 의원까지 소환할 경우 검찰 수사가 정치권의 대야(對野)압박용으로 이용된다는 비난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당시 수사엔 서울지검 등의 검사들이 다수 참여했었는데도 현직 검사 소환은 2명으로 끝내 '안식구' 는 봐주고 현직을 떠난 인물들만 조사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더구나 검찰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徐전의원을 조사하며 직접 고문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지만 정작 徐전의원 등이 제기한 검찰 조사과정의 가혹행위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아무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