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스릴러' 텔미썸딩 장윤현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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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13일 개봉된 영화 '텔 미 썸딩' (Tell me something)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다.

이 영화는 개봉 5일만에 서울에서만 관객 27만명을 동원한 흥행으로도 화제다. 그러나 "뭐야?" 라는 반응은 아무래도 독특하다. 그것은 영화가 남긴 의혹에 대한 호기심어린 탄성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이에겐 짜증섞인 불평이기 때문이다.

영화 '텔 미…' 가 보여준 것들이 부족했다는 것인가. '극중 연쇄살인범은 누구냐□' 라는 물음에서 시작되는 관객들의 의문은 ' '단독 범행이었나, 공모였나' 등의 물음으로 꼬리를 잇는다.

'뭐야?' 현상은 PC통신에서 훨씬 두드러졌다. '의문점에 대한 확실한 대답' '내가 본 걸 너희들에게 말해주마' 등의 제목으로 영화속 의문점들을 자기 생각대로 풀어놓은 얘기들이 줄줄이 뜨고 있다.

제목이 '텔 미 썸딩' (내게 말해봐)인 까닭일까. 관객들은 '말해달라' 고 한다.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혹은 작품을 이렇게 만든 이유를.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윤현 감독(32)을 만나 얘기를 들어 봤다.

- 영화를 보고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미완성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번 영화는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도전 외에 '영화' 라는 매체에 대한 내 고민이 담겨 있다.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영화가 보다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했고, '3행시'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첫 글자만 던져주면 관객들이 시를 짓는, 그런 형식 말이다. 내 나름대로 설정한 줄거리는 분명히 있다. 각 등장인물의 개인사와 이들의 심리, 사건의 전말에 대해 정리한 것만 책 한권 분량이 넘는다. 그러나 관객들이 상상력으로 내 생각과 다른 스토리를 추리해낼 것도 함께 기대했다. "

- 그런 도전이 오히려 '스릴러' 의 기본을 못갖췄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킨 것 아닌가.

" '감독 바보아냐?' 라는 더 심한 반응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영화를 후에라도 '근데 어떻게 된거야?' 하고 다시 한번쯤 생각해주면 족할 것 같다. 기본적으론 관객들이 2시간 동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화면' 이 흡인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 사체를 절단.유기하는 등 잔혹한 영상들이 영화 맥락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영화는 '소통의 단절' 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극히 잔혹한 영상들이 비극적인 상황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잔혹한 영상이 단지 유희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내가 주력한 것은 그것이 주는 비극적인 느낌이었다. "

- 스스로 완성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

"70% 정도. 처음엔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내가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에서 지운 부분들이 의혹의 씨앗이 돼 있었다. 난 관객들에게 적절히 정보만 주고 싶었는데 그게 효율적으로 용해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 30%가 아쉽다. "

- 마지막으로 묻자. 범인의 살해동기는 과연 무엇이었나.

"그것은 나도 모른다. 범인, 그만 알 것이다. "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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