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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이모저모] 만삭주부 양호실 시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대입 수능시험이 실시된 17일 전국 1천17개 시험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선배를 격려하기 위해 몰려든 재학생 후배들의 뜨거운 응원열기가 입시추위를 녹였다.

이날 오전 7시30분이 지나면서 고사장 앞에는 수험생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뒤엉켜 한때 심한 교통혼잡을 빚었으며 교통경찰관과 학부모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고사장에는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노랗게 물들인 머리와 귀걸이.선글라스 등 자유분방한 차림으로 나타나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서울 강남구 경기고, 종로구 풍문여고 등 각 시험장 앞에는 시험을 치르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2백여명의 재학생들이 나와 열띤 응원전.

재학생들은 '골라 찍지마, 다쳐' '수능 왕대박 터졌네' '수능 4백점 기습작전' '수능킬러' 등 광고와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기발한 문구를 새긴 플래카드를 내걸고 치어리더 복장에 북.꽹과리까지 동원, 교가 등을 부르면서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자기 학교 선배를 응원. 전날 오후 9시부터 응원도구를 들고나와 밤을 새웠다는 중대부고 2년 신정수(申汀秀.17)군은 "선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며 좋은 결과를 기원. 8시15분쯤 교문이 닫히자 "시험 잘 보십시오" 라며 교문에 큰 절을 하기도 해 눈길.

○…성북구 성신여고 시험장에서는 만삭의 주부 형모(25)씨가 양호실에서 양호교사의 감독아래 시험을 치렀다. 이날이 출산 예정일인 형씨는 학교측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성북소방서에 119구급대 출동을 요청, 구급차와 구급대원 3명이 주변에 배치된 가운데 양호실에서 혼자 시험을 치렀다.

○…이날 오토바이 특송업체들이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전국 8개 도시 주요 길목에 오토바이 3백여대를 대기시켜 놓고 시험장까지 수험생들을 재빠르게 수송, 학부모와 수험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19일부터 한달간 '수능 미신' 으로 손상된 자사 차종의 엠블럼을 무상 교체해주기로 했다. 현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 대용으로 자동차의 S(서울대).V(고득점).Ⅲ(3백점)같은 엠블럼을 떼내 지니고 다니는 일이 빈발,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 고 설명.

○…이날 전국의 시험장에서는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시험 도중 의식을 잃거나 양호실로 옮겨지는 수험생도 속출. 강남구 신사중에서 시험을 치르던 황수경(18.경복여고)양은 2교시 시험을 치르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 심모(18.금옥여고)양은 1교시 언어영역 시험후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며 시험을 포기했고, 조아름(18.한가람고)양도 2교시중 통증과 불안감을 호소해 양호실로 옮겨져 시험을 치렀다. 서초구 서울고 시험장에서도 이한별(18.서초고)군이 최근 수술한 가슴 부위의 통증을 호소, 양호실에서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시험을 치렀다.

○…이날 시험을 치른 수험생중 최고령자는 蔡병순(68.여)씨, 최연소 수험생은 吳승현(13)양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에 지원한 고졸 학력의 蔡씨는 안양 호계중 시험장에서 손녀뻘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렀고 검정고시 출신인 吳양은 경기도 안산시 안산여자정산고교에서 시험을 봤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서울 여의도중 시험장에는 뇌성마비 장애인 55명과 시각장애인 37명이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하거나 부모의 부축을 받으며 고사장에 입장, 장애 특성별로 마련된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특히 몸을 가누기 힘들어 대필자가 필요한 뇌성마비 1급장애인 3명은 별도로 마련된 독방에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다. 검정고시 출신으로 척추만곡증을 앓고 있는 송하일(宋河一.22)씨는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시인이나 선생님이 되고 싶다" 고 말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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