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구급차 지나가도 못본체하는 운전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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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최근 우리가 관리하는 시설물 중 도시고속도로인 내부순환도로가 추가됐다. 그 도로는 내가 홍은동 집에서 마장동 회사까지 출.퇴근 때 이용하는 길이다.

며칠 전 퇴근시간 마장동 램프에 진입하는데 평소보다 진입이 힘들었다. 홍은동으로 향한 3차선 도로는 명절날 귀성차량으로 가득 찬 고속도로를 방불케 했다. 어디선가 사고가 났다는 짐작이 들었다. 이때 진입램프의 오르막길부터 요란한 경보음을 울리며 경찰차와 119 구급대, 10여대의 견인차량이 들어섰다.

하지만 갓길이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아 정체된 차량들이 길을 비키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운전자들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때문에 긴급 구조차량들은 거북이 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고지점을 지날 때쯤 어떤 운전자는 사고현장을 구경하느라 오히려 차를 멈추기도 했다.

또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차선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얌체족도 있었다. 제법 크게 난 추돌사고 같았는데 현장에 구조대가 빨리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사고 당사자가 내 가족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인명구조 차량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양보해주는 시민정신을 발휘해야겠다.

이길용 <서울 서대문구 홍은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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