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갈아탈때 수하물 조심" 미주노선 분실사고 잦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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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미국 항공사 편으로 시카고 공항을 출발, LA공항에서 국내 항공편으로 갈아탄 뒤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李모(38)씨는 수화물로 부친 가방에서 카메라와 선물용 술 등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연결편 사정으로 수화물이 하루 늦게 도착했는데 누군가 뒤져본 듯 가방이 뒤죽박죽돼 있었다.

김포공항을 출발, 미국 뉴욕.LA 등 주요도시에서 시카고.보스턴 등 다른 중소도시로 연결되는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수화물 분실 위험이 높아 주의가 요망된다.

10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김포공항에서 직접 미국 도시로 연결되는 직항이 10만명당 10건 정도 분실사고가 발생하는데 비해 미국 항공사 비행기를 갈아타는 경우에는 5천명당 10~20명으로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주편은 뉴욕 케네디 공항.시카고 오헤어 공항.LA공항을 경유할 때 문제가 발생, 하루 30여건 이상 분실사고가 신고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등에도 이같은 가방 분실로 인한 분쟁이 월 10여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6년 맺은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 33년이 지난 현재도 ㎏당 20달러라는 보상규정에 묶여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다.

이같은 분실사고는 최근 대형 항공사간에 좌석과 노선을 공유, 거점 도시를 통해 중소도시로 연결하는 이른바 '코드셰어' 가 급증하면서 늘고 있는 것이다.

코드셰어를 하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한꺼번에 티켓 발급과 수화물을 부칠 수 있는데 현재 국내 항공사들과 이같은 협정을 맺고 있는 곳은 미주 80%, 유럽 20%로 대부분 미주쪽에서 분실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들은 "미국 항공사들의 화물 처리능력이 부족해 우리나라 항공기에 화물을 제때 싣지 못해 분실되거나 지연도착되는 경우가 많다" 며 "특히 화물의 꼬리표가 떨어져 나갈 경우에는 대부분 분실된다" 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주노선을 델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메리칸에어와 코드셰어를 통해 노선을 공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수화물과 홍성민 팀장은 "한국인들은 수화물에 고가품을 많이 휴대한다고 알려져 절도 대상이 되고 있다" 며 "노트북 컴퓨터.카메라 등 고가품은 손가방에 휴대하거나 수화물을 부칠 때 신고하는 것이 좋다" 고 말했다.

한편 소보원 생활문화팀 이병주 팀장은 "카메라 등 여행에 꼭 필요한 귀중품을 도난당했는데도 20㎏가방의 경우 4백달러밖에 보상받지 못해 분쟁조정 신청이 많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보상금액을 현실화하기 위해 최고 5천8백달러(7백만원)까지 올리는 국제협약 개정에 참가, 내년 중에 이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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