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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문건정국' 가세] "중재역 맡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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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건정국의 와중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자민련이 뒤늦게 태도를 바꿨다. 8일 한영수(韓英洙)부총재가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국민회의-한나라당간 극한대립을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韓부총재는 "혼미상황 속에 자민련이 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독자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며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가 3당 총무회담에서 조정자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전권을 행사하라" 고 지시했다.

박태준(朴泰俊)총재도 지난 주말 일본 최고훈장을 받기 위해 출국하면서 韓부총재에게 "내가 서울을 비우는 동안 자민련이 중심이 돼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라" 고 당부한 바 있다.

자민련은 8일 일단 정형근 의원의 색깔론 발언을 '금도를 지키지 못한 발언' 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히 비판하고, 한나라당의 9일 수원 장외집회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대야(對野)공세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손을 무조건 들어주지도 않았다. 이날 있은 공동여당 만남에서 국민회의측은 "야당 집회에 맞춰 양당 합동 의원총회를 열어 맞불을 놓자" 고 제안했으나 李 총무는 "우리 당은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 고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국민회의의 '단독국회 불사' 으름장에 대해서도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눈치다.

자민련의 목표는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문건사건 국정조사의 명칭.증인.조건 등을 적극 중재해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朴총재가 집념을 갖고 추진하는 중선거구제 도입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朴총재가 귀국한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만나 여야 총재회담을 건의할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아직 자민련의 제목소리 내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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