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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양산이 갑자기 들썩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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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진上) 박태준 전 국무총리(왼쪽)가 21일 양산 재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를 격려 방문했다. [양산=연합뉴스]
(사진中)이희호 여사(오른쪽)가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권양숙 여사를 부둥켜안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사진下)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오른쪽)이 경남 밀양시 산외면 금곡리의 밀양시립노인요양원을 방문해 환담하고 있다. [밀양=연합뉴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그리고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다들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21일 10·28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남의 양산 또는 그 인근을 각각 찾았다.

박 명예회장에겐 ‘고향행’이다. 그는 양산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렇다고 단순한 고향 방문은 아니었다.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를 위해서였다. 그는 박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들렀고 기자들과 만났다.

박 명예회장은 “수고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내 집이 이 근처”라고 말했다. 그러곤 “박 후보와 인간적으로 아주 가깝다”며 “내가 집권당 당수를 할 때 이분이 대변인을 했다”고 소개했다. 자신이 1990년 1월부터 한 달여간 민주정의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이력을 언급한 거다. 그해 2월 민정당과 YS(김영삼)의 통일민주당, JP(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했고 박 명예회장은 최고위원대행을 거쳐 YS·JP와 함께 최고위원이 돼 민정계를 이끌었다. 당시 대변인이 박 후보였다. 박 후보는 88년 12월부터 4년3개월간 대변인으로 일했다. 박 명예회장은 “여당의 당수가 양산에서 나오는 건 지역발전에 좋다”며 “박 후보가 양산에 출마하게 된 건 여러 가지 뜻이 있다”고 말했다 .

이희호 여사는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DJ 서거 후 두 달여 만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 앞에서 이 여사 일행을 맞았다. 양산에서 뛰는 민주당 송인배 후보를 지원 중인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안희정 최고위원, 이광재 의원 등 친노무현 인사들이 선거 일정을 중단하고 동행했다. 이 여사는 묘역에서 묵상을 하던 중 눈물을 흘렸다. 이 여사와 권 여사는 손을 잡은 채 함께 묘역 주변 등을 둘러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 여사는 이후 권 여사와 오찬을 함께하는 등 봉하마을에서 3시간여 머물렀다.

이 여사의 이날 발걸음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 송 후보에게 힘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전후 두 차례나 서울을 찾아 준 권 여사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행해야 될 내가 국정감사 일정이 없는 날로 정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오 위원장은 이날 밀양시청을 방문했다. 양산 인근이다. 전국을 순회하며 도서·벽지 등의 지역민원을 듣는 현장 활동인 ‘이동신문고’ 때문이라고 한다. 이 위원장은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하고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을 방문했다. 이내희 권익위 대변인은 “이동신문고의 밀양 일정은 이 위원장 취임 전 계획된 것”이라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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