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 연구원들이 뭉쳐 대기업도 만들기 힘든 반도체 관련 첨단제품 개발에 성공, 잇따라 일본 등과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모니터의 핵심 반도체인 이미지 프로세서 칩을 개발한 벤처기업 이디텍의 임철호(52)사장과 5명의 직원이 그 주인공. '지난해 7월 창업과 함께 한양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뒤 1년여만의 개가다.
이미지 프로세서란 LCD모니터 화면의 촛점을 잡아주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로, 컴퓨터 본체의 CPU처럼 핵심부품.
생산은 임사장의 친정인 현대반도체가 맡아 지난달 23일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일본 유수 가전업체 N사와 최근 월 50만달러 규모로 2년동안의 납품계약을 맺었으며 LG.삼성.대우 등 국내 3사와도 계약이 진행중이다.
내년 국내 수요의 10%를 담당할 전망인데 전량 수입에만 의존하던 국내업체들에게 20%나 싼 가격으로 국산의 물꼬를 튼 것.
석사 연구원 김재주(34)씨를 제외하고는 전원 학사출신인 이들은 실력만큼은 박사가 부럽지 않다.
이지현(29.여)씨는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LG반도체에서 3년여 근무한 뒤 미국연수를 통해 익힌 기술로 이미지 프로세서 설계에 성공했다.
신민철(36).서경수(34).신동현(30)씨도 건국대.인하대.강원대에서 학사만을 마쳤지만 LG그룹 관련 연구소에서 5년~10년을 근무한 베테랑들이다.
이지현씨는 "학사출신이지만 박사급 전문가들보다 생각이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며 "벤처기업에 와서 이런 장점들을 살릴 수 있었다" 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취약점인 '마케팅' 은 임사장의 몫이다. LG반도체(지금의 현대반도체)에서 마케팅 담당으로 14년간 일하면서 이사까지 올랐던 그의 경험이 이디텍의 성공발판이 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 제품이 본격 생산될 내년 매출은 90억원, 그 다음해는 1백5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매출액의 50% 이상이 순익으로 떨어지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 이어서 이디텍 멤버들은 조만간 스톡옵션을 실시해 억대 샐러리맨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