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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대 피아노 한무대에 9일·11일 '이색 이벤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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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여러대의 피아노가 한 무대에 등장한다고 하여 '괴물콘서트' '피아노케스트라' '피아노 앙상블' 등으로 불리는 이색 연주회가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각각 열린다.

9일 공연은 국내 피아니스트 60여명이 8명씩 4대의 피아노 앞에 앉아 릴레이식으로 8곡을 연주하는 '그랜드 피아노 콘서트' .독일주간을 맞아 함부르크산 스타인웨이 4대를 80개의 손가락이 연주한다.

여기서 '그랜드' 는 업라이트(가정용)피아노가 아닌 연주회용 피아노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대규모 음악회라는 뜻. 베버의 '무도회에의 권유' , 드보르작 '슬라브 춤곡' , 브람스 '헝가리 춤곡' , 모스코브스키 '스페인 춤곡' , 리스트 '헝가리 광시곡 제2번' , 스메타나 '소나타' , 윌버그 '카르멘 환상곡' 을 차례로 들려준다.

이어서 한국피아노듀오협회는 11일 1~4대의 피아노에서 2~8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꾸민다.

피날레는 '4대의 피아노, 8명의 피아니스트를 위한 한국 가곡 메들리' . 피아노로 제대로 앙상블을 내려면 2대가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3대 이상의 피아노가 한꺼번에 연주되는 콘서트가 유행처럼 번진 것은 19세기 중반. 프리드리히 칼크브렌너가 자신의 제자들을 한 무대에 세워 특정악기의 홍보와 함께 '교수의 세력 과시' 를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1838년 6월 밀라노에서 리스트.쇼팽.탈베르크 등 6명의 피아니스트들이 3대의 피아노(2명이 1대의 피아노를 연주)를 위해 편곡된 '마술피리 서곡' 을 연주했다. 신문에서는 '60개의 손가락을 위한 콘서트' 라고 대서특필했다. 그후 25년간 '피아노케스트라' 열풍이 불었다.

피아니스트 앙리 허츠(1803~88)는 1846년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무대에 세우기 위해 '괴물콘서트' 를 열기 시작했다.

8대의 피아노와 16명의 여성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미국 전역을 누비면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개막식 식전행사에서 20대의 피아노를 한꺼번에 연주한 적도 있고 국내에서는 88년 '피아노의 대부' 정진우 교수의 회갑 기념공연에서 무려 18대의 피아노를 36명의 피아니스트가 한꺼번에 연주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피아노가 많을수록 듣기 좋은 소리가 날까. 한 무대에 여러 대의 피아노가 등장하는 진풍경은 일반 음악회에서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청각적 즐거움보다 시각적 즐거움이 강하고 수십명의 피아니스트가 한꺼번에 무대에 선다는 '이벤트' 의 성격이 강하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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