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 청와대 회동] 노씨 '동티모르 외교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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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최규하 (崔圭夏).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 전 대통령을 부부동반으로 초청, 오찬을 함께 했다.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은 불참했으며 崔전대통령은 부인이 와병 중이어서 혼자 참석했다.

金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의 만남은 지난해 7월 23일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오찬은 주로 金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성과를 화제로 1시간50분 동안 진행됐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은 "金대통령이 동티모르 사태 해결을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로 하여금 유엔 다국적군을 받아들이도록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우리 외교사에 기록될 일" 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국내 정치 문제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이날 오찬장에 맨 먼저 도착한 김종필 총리는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을 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안오느냐" 고 물었다.

金실장은 "연락을 드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고 대답. 그러자 金총리는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아마 세 형님 보기가 무서워 그런가보지" 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오찬에 들어가자 金대통령은 홍순영 (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과 한덕수 (韓悳洙) 통상본부장으로 하여금 APEC 성과를 보고토록 했다.

북.미 베를린 미사일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金대통령이 직접 설명했다.

이에 盧전대통령이 "북.미 협상이 타결돼 우려가 없어졌다" 고 했고 全전대통령은 "베를린 협상 내용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의미하느냐" 고 질문. 金대통령은 "일단 지켜봐야 하지만 그런 합의에 이르렀다는 게 중요하다" 고 답했다.

金대통령은 특히 베를린 협상이 합의에 이르기까지에는 중국의 역할이 컸음을 설명하고 "중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일본 내 군국주의 우익세력에 명분을 줄까봐 걱정했다" 고 설명. 盧전대통령은 화제를 돌려 동티모르 사태 해결을 위한 金대통령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외교관 출신인 崔전대통령은 "일찍이 우리 외교사에 주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적이 없었다" 고 거들었다.

金대통령은 "유엔이나 우리의 목적은 동티모르에서의 평화유지" 라며 전직 대통령들의 평가에 만족해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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