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레일클래식골프] 김미현, 12언더 우승…펄신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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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골프의 신' 이 김미현을 돕기 위해 보냈을까. 13번홀 벙커에 날아든 나비 한 마리가 김미현의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 (?) 을 했다.

최근 매 라운드 초반 보기로 출발했던 김미현은 이날만큼은 달라진 모습으로 2번홀과 4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5번홀까지 파행진을 한 선두 제니스 무디와 동타를 이뤘다.

김은 이어 7번홀에서 버디를 기록, 무디를 따돌리고 선두로 치고나간 뒤 12번홀에서 네번째 버디를 추가했다.

김미현에게 승리의 여신이 찾아든 것은 13번홀. 그때까지 김에게 한타차로 뒤진 무디의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샷을 준비하던 무디는 공 위에 나비가 앉아있자 무심코 손으로 나비를 쫓은 후 샷을 날렸고 묵묵히 14번홀까지 플레이를 마쳤다.

그러나 15번홀에 들어섰을 때 LPGA 규칙위원이 무디에게 다가가 '2벌타가 부과됐음' 을 알렸다.

골프규칙 1장 25조에 규정된 루스 임피디먼트 (치울 수 있는 장애물)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

당시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던 한 골퍼가 대회본부에 전화를 걸어 '나비는 루스 임피디먼트지만 벙커는 해저드로 간주되기 때문에 나비를 쫓은 것은 벌타를 부과해야 한다' 고 항의하자 LPGA는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1타차의 불안한 리드에서 3타차의 여유가 생긴 김미현은 이후 '지키기' 로 작전을 바꿔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고 13번홀과 16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고도 단독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챔피언조가 17번홀에 들어섰을 때 LPGA측은 미국골프협회 (USGA)에 의뢰했던 유권해석이 '벌타를 부과할 수 없다' 는 것으로 나타나자 9언더파로 밀려나 있던 무디의 스코어를 원상회복시켜 김미현에게 1타 뒤진 11언더파로 고쳐줬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난 뒤였다.

18번홀 (파4)에서 세컨드샷을 핀 앞 약 1.5m 지점에 붙인 김미현은 동타를 노린 무디의 4m 퍼팅이 빗나가자 우승을 확신, 버디퍼팅에 실패하고도 우승컵을 차지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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