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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어디로 가나] 진세근 특파원 8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동티모르 수도 딜리는 밤이면 칠흑 같은 암흑천지로 변한다.

민병대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주민들이 불을 켜지 않기 때문이다.

방화로 전기선이 끊어지거나 변압기가 파손된 탓에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도 흔하다.

딜리 공항부근 델타 코모로지역에서 출발해 시내 중심가를 지나 외곽 클루훈 지역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도 죽어버렸다.

길가의 가로등도 모두 꺼져 있다.

딜리시 빌라 베르드 지역에 살고 있는 아티 마르타 (23) 양과 7일 어렵게 전화가 연결됐다.

아티 양은 딜리 취재 당시 머물렀던 집의 딸이다.

아티는 "벨바하야, 루아르 벨바하야 (위험하다, 밖이 위험하다)" 는 말만 반복했다.

6일 밤에도 계속 총성이 울렸고, 거리는 완전히 암흑천지라고 아티양은 전했다.

아티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 고 간청했다.

취재차량을 제공했던 마리아 테레카도 전화통화를 통해 "딜리에 제대로 서 있는 건물이 몇 되지 않는다" 고 전했다.

민병대들이 시내 곳곳에 마구 불을 지른 탓이다.

마리아는 "경찰요원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민병대 속에 경찰요원들이 섞여 있는 것을 직접 봤다" 고 말했다.

경찰과 군인들이 '방조' 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학살에 가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방증이다.

현재 딜리 시내에서는 여전히 무차별적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관영 안타라 통신은 6일 하룻동안만 약 3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딜리시내 모타엘 병원.딜리 종합병원.위라 후사나 군인병원으로 사망자와 총상을 입은 부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딜리 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어제 오후 2시쯤 머리에 총을 맞은 7세짜리 여자아이가 실려왔다" 고 밝히고 "도로에 맞고 퉁겨올라온 총알에 머리를 맞은 것 같다"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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