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치안부재 상태…사망자 수백명 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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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 딜리 = 외신종합]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동티모르 전역에서 독립반대파 민병대들이 건물을 습격하고 주민들을 학살해 치안부재상태에 빠졌다.

목격자들은 인도네시아 군과 경찰도 민병대에 합세, 주민들을 총으로 위협해 강제로 트럭에 태워 동티모르 밖으로 내쫓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지원센터는 6일 하루 동안 사망자가 수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 내전위기 = 6일 딜리에서 탈출한 마누엘 세라노 (29) 는 "딜리시 전체가 도살장으로 변했다" 고 전했다.

그는 "반대파 주류인 아이타라크보다 더 잔인한 베스메르푸티 민병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목도 서슴없이 베어버렸다." 고 말했다.

민병대들은 살해한 주민들의 목을 장대에 매달아 달리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주민들은 또 민병대들이 주민.외국기자들에 이어 " '이제는 유엔직원 차례' 라며 벼르고 있다" 고 말했다.

유엔파견단 (UNAMET) 도 "무장병력들이 주민들을 서 (西) 티모르로 강제추방하고 있다" 고 확인하고 "이는 인니군부의 조직적 작전" 이라고 주장했다.

민병대원들은 딜리에서만 3백여채의 건물과 주택을 파괴하고 주요 도시를 대부분 장악, 주민들과 유엔관계자를 내쫓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에 대항해 타우르 마탄 루아크 동티모르저항군 사령관은 "우리도 돌.무기 등 모든 것을 들고 전투를 재개할 준비가 돼있다" 고 무력대항을 선언했다.

내전위기가 현실화되자 인접국 호주는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발동했다.

◇ 피란 = 주민들이 대거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외국 취재진도 5일 오후 전세기편으로 일제히 탈출했다.

민병대는 5일 오후 주요항구를 봉쇄한 데 이어 6일에는 공항을 장악, 피난민 탈출을 제지하고 있다.

주민 전체를 볼모로 국제 인질극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갈길이 막히자 난민들은 민병대가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UNAMET 본부와 호주 총영사관 주변에 몰려들고 있으며 일부는 주변 산속으로 달아나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동티모르 해군도 수천명의 주민을 함정에 태워 서티모르로 강제 소개하고 있다.

유엔 관계자는 "최대 10만명의 주민들이 탈출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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