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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의 서해5도 표정] '또 출어 못하나…' 한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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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러다가 우리 모두 영영 연평도를 떠나야 하는 게 아닙니까. " 3일 오전 11시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부둣가.

그물 등 어구를 손질하던 이승만 (李承萬.45.경주호 선장) 씨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李선장은 "지난 6월 1주일의 조업중단으로 1억원의 손해를 보았는데 또다시 조업이 중단되면 올해 살길은 막막해진다" 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인 백령도 등 서해5도를 북한 영해에 포함시킨다는 북한측의 일방적인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억지" 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10일부터 재개되는 꽃게잡이 조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진 듯했고 지난 6월의 서해 연평교전과 같은 긴장이 조성될지 걱정하는 모습뿐이었다.

60여척의 어선들이 노래미를 조업중인 대청도 주민들은 지난 2일 오후 수협 강당에서 대책회의를 갖는 등 긴장된 분위기였다.

김재호 (金在浩) 면장은 "노래미 철을 맞아 하루 1백~1백50㎏ (㎏당 7천원) 의 어획량을 올리고 있는데 조업이 중단되면 큰 피해가 있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3일 여객선 피랍방지와 어로보호 등을 위해 어선은 2척 이상 선단을 이뤄 조업할 것과 통신망을 24시간 청취토록 당부했다.

이 지역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해병흑룡부대장인 김명균 준장은 "2일 오후 긴급 지휘관회의를 소집해 작전태세를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타격준비를 완료했다" 며 영토수호의 결의를 보였다.

북한측 장산곶과 불과 17㎞ 떨어진 관측소 길장선 소위는 "북한 어선들이 2일 밤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조업했다" 면서 "몽금포와 월래도에 1척씩 배치된 중량급 경비정이 수시로 인근 해역을 오가고 있다" 고 북한측 동향을 설명했다.

서해5도 주민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이번 사태에 대처하고 있지만, 연평해전 이후 잠잠해지던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감은 분명 높아지고 있었다.

백령도.옹진 = 김상국.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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