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여성동호회 기웃 '사이버치한'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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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달 한 PC통신의 여자들만 가입한 동호회에 여성으로 가장한 남성이 침입 (?) 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자의 ID를 빌려 동호회 게시판 내용이나 그들만의 대화를 엿본 것.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성들의 사생활이나 은밀한 이야기를 이곳저곳 다른 공간에 퍼올리다 여성회원들에 발각됐다.

결국 몰상식한 행위를 일삼던 남자와 그에게 ID를 빌려준 여자회원은 두 사람 모두 통신사측으로부터 'ID 사용정지' 제재를 당했다.

최근 PC통신.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익명성을 이용해 파렴치한들이 설치고 있어 통신예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천리안 마케팅 전략팀 이주혜 (25) 씨는 "상대방이 얼굴을 못본다는 점을 악용해 음란성 대화를 일삼거나 남을 훔쳐보는 못된 사람들이 많다" 고 말했다.

이런 몰지각한 이용자들에 대해서는 우선 해당 동호회.대화방.토론방에서 자체적으로 경고나 사과요구 등의 경미한 제재가 따른다.

그러나 이에 불응하고 계속할 경우엔 통신사측이 ID 사용정지나 영구제명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 아주 심한 경우 형사사건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래도 무례한 행위는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하이텔의 경우 하루 20여건의 고발사례가 접수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폭력행위. 토론방에서 상대에 대한 인신 공격적인 비방은 물론 글로 옮기기 어려운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또 대화방에 들어가 이상한 그림이나 문자를 연속적으로 입력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쓸데없는 자기 글만 올리는 채팅 훼방꾼도 있다.

하이텔 홍보팀 윤상구 (28) 씨는 "통신예절에서 벗어난 사례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 라며 "몇몇 못된 사람들은 통신사의 제재를 받고도 ID를 빌리거나 다른 통신으로 옮겨 여전히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올바른 통신문화의 정착을 위해선 얼굴이 가려져 있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한 자세로 통신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이버 공간도 실제 사회와 다를 것이 없는 만큼 실생활과 똑같은 규범으로 행동하면 통신예절에 크게 벗어날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네티즌이 갖춰야 할 기초 네티켓]

▶호칭은 "000님"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상대의 이름이나 ID에 '님' 을 붙여 대화를 나누고 어린 상대에게도 존댓말을 쓴다.

▶사람을 만나면 인사 = 대화방에 들어가거나 나올 땐 '안녕' 이란 말로 공손히 인사를 주고 받는다.

▶비어.은어.속어 사용자제 =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 쉬운 은어.속어 등은 올바른 네티즌 문화를 위해서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남의 의견에 비난 금물 = 올바른 토론 문화를 위해 다른 의견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어도 비난은 곤란.

▶숨지말고 얼굴 드러내기 = 친구 ID를 빌려 쓰더라도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게 좋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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