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 (李文烈.51) 씨의 아버지 이원철 (84) 씨가 지난 3월 22일 함경북도 어랑군에서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50년만의 부자상봉이 무산됐다.
중국 옌볜 (延邊) 을 방문 중인 이문열씨는 7일 이복동생 이만경씨의 처삼촌 신모 (某) 씨와 접촉하고 온 북한 주민을 직접 만나 부친의 사망을 확인했다.
지난 연말 아버지로부터 87년에 이어 두번째 친필편지를 받았던 李씨는 김정일 (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띄우는 등 상봉 의지를 강력히 피력, KBS '일요스페셜' 팀의 주선으로 부자상봉을 기대하며 6일 형 이연 (59) 씨와 함께 옌볜행 비행기에 올랐었다.
李씨는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별한 형님은 대성통곡을 하셨지만, 추상적 존재로만 느껴온 아버님을 처음으로 직접 접할 기대를 했던 나는 너무나 막막해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고 슬퍼했다.
"어머님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내게 생명을 주었던 뿌리들이 다 말라버린 느낌이자 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역사의 한 장이 끝나버린 느낌" 이라며 李씨는 격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1949년 월북한 이원철씨는 육종학자로 북한의 농업연구소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웅시대' '변경' 등 이데올로기에 상처입은 가족사를 그린 이문열씨 작품의 모티브가 됐던 바로 그 인물이다.
이문열씨는 이번에 북한의 이복 동생 4명 중 유일한 남동생 만경씨가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 그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李씨는 "그쪽 체제에서의 아우의 안위를 위해 무리하게 상봉을 추진하지는 않겠다" 고 밝혔다. 李씨는 9일 동행한 형과 함께 두만강가에서 아버지가 묻힌 땅을 바라보며 망제 (望祭) 를 지내고 10일 귀국 예정이다.
"아버지께 드리려 가져온 안동소주를 이제 제상에 올려야 하겠군요. 아버지가 나고 자란 땅의 곡식과 물로 빚은 그 술을 이제 영혼으로 드시겠지요. " 50년 분단의 한이 전화선마저 울게 한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