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도 ‘추석 증후군’이 있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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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며느리만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증시도 그렇다. 대우증권이 최근 5년간 추석 이전과 이후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거래대금 규모를 분석해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추석을 쇠고 난 뒤 거래대금은 늘고, 지수의 변동 폭은 커졌다. 주가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2007년 추석의 경우 이전 일주일간 지수는 숨 고르기를 했다. 하지만 이후 일주일간은 거침없이 상승하며 단숨에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도 29조5000억원에서 36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공교롭게도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90포인트가량이 빠지면서 1300대로 후퇴했다. 이 밖에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거나(2004년), 하락에서 상승으로 반전(2005년)하는 등 변화 형태는 다양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하루 거래 대금이 6조원대에 머물며 지난주보다 1조원가량 줄었다. 대우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장이 열리지 않는 연휴 기간에 일어날 수 있는 변수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거래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석 이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며칠간 해외 증시에 반영된 요소들을 연휴가 끝난 뒤 하루 만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란 설명이다.

추석 이후 장세에는 연휴 기간 형성되는 ‘재테크 민심’도 변수다. 조 연구원은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 간에 재테크가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자연히 주식이나 펀드에 대한 관심도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올 추석 이후 장세도 오르내림의 폭이 클 수 있다는 게 상당수 증권사들의 지적이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있어 수급에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추석 이후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예정돼 있는 등 변수가 많다”면서 “당분간은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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