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리스 "붉은악마에 반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 한국-파라과이전에서 교민들과 함께 응원하고 있는 붉은 악마 원정응원단. [테살로니키 AP=연합]

붉은 악마 원정응원단 16명은 22일 오전(현지시간) 테살로니키 시내의 한 허름한 호텔에서 '고별 만찬'을 했다. 메뉴는 라볶이. 호텔 측이 옥상의 식당 조리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덕분이었다.

식사 후 호텔을 나섰다. 여섯명은 서울행 비행기 좌석이 나기를 기다리려고 로마로 갔다. 10명은 기차로 여섯 시간 반을 달려 아테네로 돌아갔다. 비행기표가 없어 이들은 28일까지 아테네에 머물러야 한다.

300만원 정도 되는 원정경비를 모두 자비로 마련한 이들은 '올림픽 특수'로 인한 살인적인 물가와 무더위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멕시코전이 열린 14일에는 잠자리를 못 구해 노숙을 했다. 아테네시 중심가인 신타그마 광장에 옹기종기 모인 이들은 멕시코전 승전의 감격과 8강 진출 희망을 얘기하며 밤을 새웠다. 아침의 '급한 용무'와 세면은 광장 앞 맥도널드 매장에서 해결했다. 대부분 대학생인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마련했다. 직장인 세 명은 휴가를 냈지만 일정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지만 이들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온몸을 내던지는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들의 열정과 질서정연한 모습에 감동했다. 붉은 옷을 입고 한국 응원단에 참여하는 사람이 속속 생겨났고, 관중석에서도 "대~한민국"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사람이 많았다. 유영운(34) 원정팀장은 "우리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한몸입니다. 앞으로도 대표팀이 가는 곳 어디나 함께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테살로니키=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