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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정치권 파장] 野 “언론탄압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보광 (普光) 등 보광그룹 3개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은 30일 보광과 세계일보에 대한 세무조사를 '언론 길들이기' 로 규정했다.

이날 문을 연 205회 임시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 정부측을 상대로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은 먼저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우회적 방법으로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것" 이라고 단정했다.

辛총장은 그 근거로 "보광의 대주주가 중앙일보의 사장" 이라는 점을 들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한진은 '재벌 길들이기' , 보광은 '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먼저 언론을 향한 정부의 공세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 에 따른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보광 조사와 1일부터 들어가는 세계일보에 대한 세무조사 등이 그런 시나리오에 의해 하나씩 '현실로' 등장한 사례라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의 경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요원을 동원, 15일 정도 세무조사를 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보광의 경우는 이같은 사전예고도 없이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하순봉 (河舜鳳) 총재 비서실장은 이를 "작의적으로 시도되는 대 (對) 언론압박" 이라고 표현했다.

둘째, 한나라당은 세무조사의 '시점' 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다른 한 당직자는 "고급옷 로비의혹이나 검찰의 파업유도 의혹으로 집권층의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나는 등 궁지에 몰리자 언론에 재갈을 물림으로써 돌파하려는 게 아니냐" 고 의심했다.

辛총장은 "세무조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정치적으로 그만큼 여권이 궁지에 몰렸다는 뜻" 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각제 문제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당 정세 분석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한 민심이반 현상을 언론이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현 정권의 시각" 이라면서 "이를 막기 위해 우선 몇개의 신문을 표적 공격하고 있다" 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통한 언론 공격의 최종 목표는 언론장악으로 총선때 악용하기 위한 것" 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언론장악을 위해 세무조사라는 '전가 (傳家) 의 보도 (寶刀)' 를 꺼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정권 시절인 94년 국세청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무조사 결과를 물밑에서 활용해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고 당시 청와대참모 출신의 한 인사는 기억했다. 반면 여권은 통상적인 업무라고 해명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계일보의 경우 "지난 94년 정기 법인세 조사를 받지 않은 일부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것" 이라며 의미부여를 하지 말도록 주문하고 있다.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통상적인 음성탈루 조사 차원"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파문을 걱정하고 있다.

익명을 부탁한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는 "金대통령이 대 국민사과 (25일) 를 계기로 국정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는데 이로 인해 다시 혼선이 일고 있다" 며 "金대통령의 2일 방미를 앞두고 이런 일이 터져 걱정" 이라고 말했다.

김진국.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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