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32호 홈런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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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명화 '내처럴' 에서 주인공 로이 홉스는 번개 맞은 자작나무로 만든 '원더보이' 배트로 만년 하위 뉴욕 나이츠를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기적 같은 홈런을 터뜨린다.

그 홈런은 오른쪽 담장 너머의 조명탑을 때리고 그 조명탑에서 쏟아져 내리는 불빛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 으로 남는다.

올시즌 '라이언 킹' 이승엽 의 홈런 축포에서 야구팬들은 '내처럴' 에서 보았던 바로 그 빛을 보고 있다.

이승엽이 70경기만에 32개의 '희망의 빛' 을 쏘아올렸다.

이는 24일 대구에서 벌어진 LG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3개의 아치를 그려내 시즌 32호째를 기록했다.

이는 98년 자신이 작성했던 프로야구 역대 최소경기 30홈런 기록 (78경기) 을 갈아치우며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향한 발걸음을 서둘렀다.

시즌 32호 홈런은 이승엽이 첫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97년 시즌 통산 홈런과 같다.

이는 '홈런 맛' 을 알고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올해 70경기만에 같은 숫자의 홈런을 때려내는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다.

는 이날 LG 에이스인 우완정통파 최향남, 사이드암 김동호, 좌완 유택현을 차례로 두들겨 어떤 스타일의 투수에게도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완벽한 타격을 보였다.

지난해 시즌 종반까지 홈런부문 선두를 질주하다 38홈런에서 멈춰 아깝게 우즈(두산)에게 홈런왕 타이틀과 한시즌 최다홈런 신기록 (42개) 을 내주며 '2인자' 에 머물렀던 이는 올시즌 들어 '몰아치기' 로 홈런왕과 기록경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10경기 동안 홈런을 때리지 못했던 이는 20일 전주 쌍방울과의 더블헤더에서 홈런 3개를 몰아 친 뒤 이날 더블헤더에서도 3개를 보태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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