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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서 명성황후 역 수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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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명성황후로 분한 수애. “발산하면서 눌러야 하는 절제미가 사극 연기의 매력” 이라며 “전작보다 조금이라도 발전했다면 배우로서 성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이영목 기자]

장희빈과 황진이. 내로라하는 여성 스타들이 돌아가며 맡은 한국의 대표적 여성 캐릭터다. 최근 몇 년 새 활발히 재조명된 명성황후도 그 중 하나다. 강수연·최명길·채시라·이미연·문근영 등이 ‘황후’의 자리에 올랐다. 대표적인 ‘고전 미인’ 수애(29)가 이 계보에 합류했다. 24일 개봉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야설록 원작, 김용균 감독)에서다.

팩션 사극 붐에 가세하는 영화는 명성황후와 호위무사 무명(조승우)의 애절한 로맨스를 그린다. 시아버지 대원군(천호진)에 당당히 맞서고, 서구 문물을 앞장서 받아들이는 ‘여걸’이지만 무엇보다 연인의 품에서 최후를 맞는 비극적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당시 역사 현실이 바탕에 깔리기는 하지만 호위무사가 왕후의 이름(자영)을 부르는 등 역사적 리얼리티는 가뿐하게 넘어가는 판타지 액션·멜로다.

22일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수애를 만났다. 단아한 외모로 사극과 한복이 잘 어울리는 배우, 데뷔 초 ‘제2의 정윤희’라 불리며 중년 남성들의 로망으로 꼽혀온 그다.

“소심한 성격이라 아직도 섹시하다는 얘기가 어색하다”며 쑥스러워한 그는 “인터뷰를 할 때도 부족한 것만 생각나 영화 홍보를 한껏 못해 걱정”이라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감과 당당함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는 요즘 여성들과 달리, 스스로의 표현대로 “수줍음의 방패막이 뒤로 숨은” 고전적 여인의 얼굴이 언뜻 비쳤다.

◆역사적 고증보다 사랑에 집중=“처음 출연제의를 받고서는 기쁘기만 했다. 한국의 대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니까. 나중엔 미쳤지, 했다. 하지만 선배나 다른 사람들의 명성황후는 보지 않았다. 역사적 고증보다 사랑하는 여자 민자영이 주인공이니까. 오직 무명과의 관계에만 집중했다.”

◆멜로, 관능 아직도 힘들어=“감독님의 주문은 ‘여자’를 보여달라는 거였다. ‘님은 먼 곳에’에서 여자의 얼굴을 딱 두 번 봤다며 이번에는 그런 표정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감독님 앞에서 거울을 들고 이 표정 저 표정 지어 보였다.”(웃음)

“내성적이고 소심하면서, 감정 선이 딱딱하고 남자처럼 털털한 편이다. 겉보기랑 많이 다르다. 멜로가 잘 안 맞는다고도 생각한다. 멜로란 절대적으로 상대 배역을 믿고 의지해야 하는데, 내성적이라 속을 잘 털어놓지 못하고 상대에게 100% 기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베스트 파트너인 승우씨의 덕을 많이 봤다. 함께 연기하면서 그가 왜 좋은 배우인지 실감했다. 동갑내기라 친해졌지만, 끝까지 사석에서도 말을 놓지 않았다. 그 덕에 자영과 무명처럼 계속 긴장되고 설렐 수 있었다.”

◆1000만 원짜리 의상, NG는 No!=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두 사람이 최후를 맞는 클라이스막스 장면. 이틀에 걸쳐 찍느라 탈진했을 뿐 아니라, 칼에 찔려 피범벅이 되야 하는데 한 벌밖에 없는 1000만 원짜리 의상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NG없이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났다. 명성황후가 강아지에게 혼잣말 하는 장면은 “남한테 못한 얘기를 집 강아지한테 하곤 한다”는 그의 실제 에피소드를 감독이 집어넣은 것이다.

◆나를 바꾼 영화 ‘님은 먼 곳에’=인터뷰 도중 그는 전작 ‘님은 먼 곳에’(이준익 감독) 얘기를 많이 했다. “나를 배우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예전엔 영화현장의 의미, 공동작업의 뜻을 잘 몰랐다. 내 신(Scene)만 끝나면 밴(Van)에 가 있는 배우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이번 영화에서도 현장을 즐겼다.” 현장도 영화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수애와 수애의 남성팬들을 위한 영화’라는 평이 나왔던 ‘님은 먼 곳에’는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여성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늘 붙는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수식어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데뷔 초 ‘가족’에서 욕설이 몸에 밴 거친 수애나 이번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강단 있고 기품 있는 서늘한 수애는 아직도 우리가 다 못 본 수애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 또한 앞으로 코미디·액션 등 장르를 넓히고 싶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중년의 감정이 농익은 작품들이다. 수애는 차기작으로 ‘멋진 하루’ 이윤기 감독의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을 찍고 있다. 사랑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 하정우가 상대 역이다.

  양성희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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