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호랑이를 밝게’ 만든 김조호 KIA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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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담배는 10년 끊으면 완전히 끊은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매일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지는 프로야구판에 몸담고 있으면 10년 끊은 담배도 다시 물게 된다.

김조호(51) KIA 타이거즈 단장이 그랬다. 2007년 10월 현대·기아차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던 김 단장은 갑작스레 야구단 단장으로 보직 발령을 통보받았다. 그해 KIA는 최악의 성적(8위)으로 그룹 안팎에서나, 광주 야구팬들로부터 멀어질 대로 멀어진 상황. ‘구원투수’가 필요했고 김 단장이 부임했다.

김 단장은 조범현 감독을 선임한 뒤 첫날 장시간의 대화를 가졌다. 그날 약속한 것이 바로 ‘프런트의 현장 개입 금지’다. 김 단장은 조 감독에게 “내가 단장으로 있는 동안 프런트에서 선수단 운용 및 기용에 관해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 대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성적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구단이 프런트의 지나친 현장 개입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개입하지 않되, 지원은 효율적으로 했다. 조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일제히 한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던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 투수들은 한 달 빨리 출국해 전훈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기존 방식보다 비용은 좀 더 소요됐지만 김 단장은 그룹사를 설득한 끝에 감독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었다. 의례적인 훈련보다는 효율성을 택한 것이다.

그는 원칙을 지키는 프런트이기도 하다. 8개 구단 단장회의에서 합의한 메리트(선수단 성적 향상을 위해 주는 가욋돈) 지급 금지를 금쪽같이 지켜왔다. 다른 구단이 암암리에 실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 시즌 중반 이후 팀이 상위권을 달려 그룹 계열사의 격려금이 답지하자 그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선수단 지급에 앞서 7개 팀 단장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일시불로 지급을 하게 됐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 구단 단장은 “그런 전화 안 했어도 별 문제 없을 텐데 정말 정직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김 단장은 “2위에 6경기 반이나 앞서다가 SK가 반 게임 차로 다가왔을 땐 정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입술이 부르텄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하루도 안 빼놓고 나가는 새벽 기도로 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김조호 단장의 한자 이름은 비출 조(照)에 호랑이 호(虎)자다. 타이거즈의 영광을 위해 부임한 셈이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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