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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살아있다] 2. 우리는 지금 신촌으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큰 장사는 신촌서 먼저 뜬다' . 서울 신촌지역이 각종 신규 사업을 사전에 실험하는 이색적인 '장 (場)' 으로 떠올랐다. 신촌이 전국적인 사업을 펼치기 전에 '뜰 사업인지 망할 사업인지' 를 가늠케하는 장사의 잣대지역으로 변한 것이다.

상인들은 "신촌에서 뜬 장사 치고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않은 것이 없다" 고 말한다. 새로운 먹거리 장사에서부터 최첨단 컴퓨터 게임 사업까지 모두 마찬가지다.

신촌 상권은 연세.이화여대 등 무려 7개 대학 (약 10만명) 이 인접해 있어 이들의 민감한 소비 반응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사는 즉시 도태된다.

◇ 장사의 풍향계 지역 = 한국아이템은행의 황선태 (黃善泰.45) 사장. 그는 5백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측정용 빨대가 나와 입에 대고 불기만 하면 '취했습니다' '안전합니다' 라는 결과가 기계 화면에 나타나는 '음주측정 자판기' 를 최근 개발, 우선 신촌으로 달려 갈 계획이다.

그는 오랜 사업 경험을 통해 신촌에서 먼저 장사가 돼야 전국 규모로 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급부상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무선채팅 카페' .지난 17일 오후 4시 연세대 앞 카페 '가비아노프' .10여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각 테이블에 설치된 특수 단말기에서 무선채팅이 한창이다. 무선채팅이란 컴퓨터 통신과 비슷하지만 무선으로 연결돼 상대 테이블과 채팅.미팅 등을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사회적 관심거리로 떠올랐던 '스타크래프트' 인터넷 PC게임방도 신촌에서 처음 등장한 뒤 현재는 전국으로 확산, 총 5천여곳에서 성업중이다.

신촌 상권이 새로운 업태가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곳임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IMF관리 체제로 소비자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자 1천원짜리 'IMF형 립스틱' 이 첫 등장해 선풍을 일으켰다. 또 ▶어린이에서부터 회사원까지 한두번씩은 이용했다는 스티커 전문점 ▶'1만원만 내면 술과 안주를 맘껏 먹는다' 는 소위 '배터지는 집' ▶원하는 노래 5곡을 콤팩트 디스크에 넣어 1만원에 파는 CD자판기가 신촌에서 맨 먼저 선봬 현재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일반 당구장이 포켓볼 전용 당구장으로서 과감한 전업을 선도한 것도 바로 이곳이다.

이뿐 아니다. 신촌은 신세대 주부인 '미시족' 을 처음으로 탄생시켜 이들을 겨냥한 각종 상업화에 불을 댕긴 곳이다. 한 상인은 "춘천지역의 명물인 '춘천 닭갈비' 도 이곳에서 프랜차이즈로 상호를 붙여 전국적인 사업으로 성장할 정도" 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반짝 사업' 으로 판명나서 단명한 업종도 많다. 병째로 맥주를 마시며 현란한 음악에 몸을 흔들어대는 '락카페' 가 신촌에서 맨 먼저 유행했다 금세 사라졌다.

또 지난해 신촌에서 출발해 전국적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생겨났다 사라진 조개구이집도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 90년대 중반이후 재도약 =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관계자는 "이곳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서강대. 명지대. 추계예술대. 경기대 등 인근의 7개대 10만여명을 포함, 하루 유동인구 40만명에 달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읽지 못하면 금세 도태되는 상권"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촌은 일산지역이 주거 전용도시 (베드타운) 로 급부상하면서 재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한국체인협회의 박원휴 사장은 "신촌은 95년께 총 80만명으로 추산되는 일산 신도시가 배후상권으로 추가돼 대변신했다" 며 "이곳은 이제 단순한 대학상권을 뛰어 넘어 전국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풍향계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김시래.최재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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