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정부난색으로 늦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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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증권집단소송제는 증권투자를 하다 허위공시 등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소송을 내 이길 경우 같은 피해자 모두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국민회의가 내년 1월 도입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관련 법안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해둔 상태다.

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증권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안' 에 대해 재경부.법무부.금감위 등 각 부처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도입시점을 늦춰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상장사들에게 적잖은 부담을 주고 증시에도 민감한 영향을 끼치므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정부의 견해" 라며 "설사 현 상태에서 각 부처가 찬성하더라도 시행령.시행규칙 작업 때문에 내년 1월 도입은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제도가 도입되려면 2~3년은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 고 덧붙였다.

법무부측도 "특정 판결을 소송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당사자 위주의 민사소송 원칙에도 위배된다" 면서 "소송 남발 등의 문제도 있어 국민회의 법률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이 법안을 내놓은 국민회의의 한 전문위원은 "법률안은 소송 대상으로 유가증권신고서.공개매수신고서.사업보고서 등의 허위기재나 이를 묵인.방조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고 말하고 "이 제도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만큼 오히려 증시가 활성화된다" 고 강조했다.

증권집단소송제는 세계은행 (IBRD) 이 지난해 9월 우리나라에 제2차 구조조정차관을 제공하면서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보호를 위해 도입을 적극 권고했고, 정부도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사안이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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