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 이탈리아서 12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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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제 미술 행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12일 오후 3시 (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시 카스텔로 공원에서 개막된다.

올해로 48회를 맞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모든 것에 열린' (Aperto over all) .97년 제 2회 광주 비엔날레 '속도' 전과 리옹 비엔날레 커미셔너를 역임했던 하랄드 제만이 전시 총감독을 맡았다.

아페르토 (Aperto) 는 이탈리아어로 '열린 (open)' 이란 뜻으로, 연령이나 특정한 주제.경향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가들을 초청해 '현대 미술의 집합장' 답게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지향점을 보여주겠다는 제만의 의지를 보여준다.

제만이 기획하는 주제전 '아페르튀토 (전체가 아페르토란 뜻)' 에 초대된 작가는 우리나라의 설치미술가 김수자씨와 이불씨를 포함해 총 1백2명. 중국 작가가 25명에 여성 작가들이 다수 눈에 띄는 등 종래에 없던 파격이 이뤄져 눈길을 끈다.

국가관에 참여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총 32개국이며 이밖에 28개국의 전시가 베니스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송미숙 삼성미술관 자문위원을 커미셔너로 이불씨와 노상균씨가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가했다.

신체와 여성성, 고정관념화한 여성 신체의 재현 등에 관심을 가져왔던 이씨는 뉴욕.베른에서 국제전을 가졌으며 지난해 구겐하임 미술관이 주는 휴고보스상을 받아 국제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가.

홍익대와 미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을 졸업한 노씨는 반짝이의 일종인 시퀸을 화면 안에 촘촘이 붙이는 추상화 작업을 일관되게 보여왔다.

한국관은 이씨의 2인용 노래방 캡슐과 디귿자로 벽면을 가득 메운 노씨의 시퀸화로 꾸며진 2개의 방으로 돼있다.

노래방 기기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50곡의 유행가 가사가 입력돼 있다.

사물이나 언어가 갖는 양면적.양가적 양상에 주목해온 이씨는 "가장 중요하면서 말로 표현됐을 때 가장 비속해질 수 있는 단어" 인 사랑이라는 개념을 택했다.

여기에 천진한 소녀들이 뛰노는 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스크린에 쏜다.

카메라를 이용해 '응시' 의 주체와 객체가 바뀌는 아이러니를 포착한 것. 반면 물고기 비늘같이 반짝거리는 시퀸화는 "방에 들어갔을 때 질식감을 느낄 정도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강렬하게 주도록 의도됐다" 는 노씨의 설명처럼 온 방안을 우주처럼 가득 채우는 느낌. 이는 '밀레니엄' 이라는 새로운 시간 단위로의 이동을 의도한 것이다.

입구에는 온 몸을 시퀸으로 두른 불상이 놓여졌다.

송미숙 커미셔너는 "한국관은 남성 중심 체제의 붕괴라는 현대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표현하려 했다" 고 설명했다.

여성 작가인 이씨에게 더 큰 방을 쓰게 한 것은 이러한 기획 의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1월7일까지 약 5개월간 계속되며 개막 당일에 황금사자공로상.국제베니스비엔날레상.국가관상.특별상 등 수상작이 발표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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