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요무대' 10년단위로 히트곡·유행옷 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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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성인가요 프로 KBS1 '가요무대' (7일 밤 10시15분)가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노래와 패션이 함께 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유난히도 부침이 심했던 우리의 지난 1백년을 풍미한 히트곡과 멋쟁이 복장을 10년 단위로 끊어 보여준다. 가요프로인 만큼 다큐멘터리와 같은 엄밀한 고증과 상세한 설명이 뒤따르진 않지만 가요와 의상을 접목해 20세기 한국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아이디어는 새롭다.

1900년대 히트곡 '강남달'. 권성희의 노래에 면치마.비단치마 차림의 KBS 무용단이 나온다. 1910년대엔 근대식 여학교가 설립되면서 길게 땋아 내린 머리에 붉은 댕기를 매단 학생들이 탄생했다. 검정치마 속에 흰 속치마가 살짝 비추는 것도 일종의 멋이었다.

20년대에 접어들면 현대식 무늬 있는 옷감이 인기를 모은다. 가수 문희옥이 잔꽃무늬 치마저고리를 입고 '찔레꽃' 을 간드러지게 부른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 지금도 노래방 인기곡이다. 30~40년대는 몸뻬바지의 시대. 지금도 우리 할머니.어머니들이 활동하기 편해 즐겨 입는 옷이다. 송대관이 부르는 '대지의 항구' 가 분위기를 돋운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서양복장이 대대적으로 유입된다. 남녀 모두 양복과 양장이 한복을 밀어내게 된다. 60년말 베트남전에 한국군이 파병되면서 여성들 사이엔 월남치마가 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통이 좁고 히프를 강조한 맘보치마도 유행했다.코미디언 고 서영춘씨의 조카 서지숙은 집에서 가지고 나온 맘보바지를 입고 '닐리리 맘보' 를 흥겹게 불러댄다.

"닐리리야 닐리리…. " 이어 계속되는 무대. 70년대 판탈롱.미니스커트, 80년대 청반지.디스코바지, 그리고 90년말의 힙합바지에 맞춰 '비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 '삼바의 여인' 등이 불린다.

"노래와 패션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는 채형석 PD의 말. 장.노년층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고, 청소년들은 부모들의 거쳐온 세월을 알게되는 시간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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