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원뜻] 서양 중세교회 '희생양' 여론몰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이 옷사건과 관련, '마녀사냥' 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 용어의 정확한 의미와 적절성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래 마녀사냥은 15세기부터 18세기 초까지 서양에서 일어난 마녀재판에서 유래한다.

십자군 원정실패 후 사회불안과 종교적 위기가 장기화하자 권력층과 교회는 주민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려보고자 멀쩡한 사람들을 마녀 또는 악마의 사도로 몰아 대대적인 재판을 벌였다.

이 용어가 일반화된 계기는 17세기 말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바닷가 마을 세일럼에서 일어난 일련의 마녀재판이다.

나체춤을 춘 한 소녀가 동네어른들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평소 미워하던 사람들을 마녀로 몰아 처형당하게 만든 사건이다.

1950년대 미국의 도덕적 공황상태에서 '빨갱이' 사냥에 나선 이른바 매카시 선풍은 마녀사냥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 사건 이후 마녀사냥이란 용어는 '권력자들이 도덕적 공황상태를 이용, 개인들이나 집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행위' 를 의미하게 됐다.

모든 마녀사냥은 희생양을 수반하며 이를 통해 권력은 기존체제나 권위를 계속 유지하고 정치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우리의 경우 70.80년대 민주인사에 대한 용공조작이 마녀사냥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권력자는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고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꾀했다.

이번 옷사건의 경우엔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일반의 분노가 자연발생적으로 여론화된 것이란 점에서 엄밀한 의미의 마녀사냥과는 거리가 있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