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한국 NGO 이젠 세계속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1일부터 15일까지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개최된 NGO 평화회의 (Hague Appeal for Peace)에 참가하고 돌아왔다.

1899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개최 1백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번 대회는 세계의 NGO들이 주관하는 대규모 회의라는 점에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그리고 코소보 사태의 와중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더욱이 헤이그는 1907년 개최됐던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헤이그에 갔던 이준열사가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순국함으로써 조선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게 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 10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릴 서울 NGO 세계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헤이그 대회의 준비와 진행과정을 관찰하고 서울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참가했다.

헤이그 평화회의에는 1천개가 넘는 평화와 관련된 세계적 NGO 단체들로부터 8천명이 넘는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참석해 대 성황리에 회의가 진행됐다.

헤이그라는 곳은 1백여년의 국제회의 개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설이나 준비가 완벽했다.

이번 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콩그레스센터는 8천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면서 동시에 회의.부스.문화행사 등이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중에는 데스몬드 투투.멘추 툼.라모스 호르타.조디 윌리엄스 등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비롯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요르단의 누르 왕비,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를 비롯한 각국 장관 및 주요 평화관련 NGO 인사들이 망라됐다.

그러나 개막식이나 폐막식, 그리고 전체의 행사는 조직위원회가 주관한 것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모든 분과회의와 문화행사는 NGO들이 서로 협력해 주제를 정하고, 이에 알맞은 연사들을 정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6백여개나 되는 NGO 전시장은 마치 거대한 벼룩시장처럼 운영되며 NGO 활동을 홍보하거나 관련 물품을 판매했는데 항상 수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이번 헤이그 대회는 NGO들의 회의이므로 개별 국가의 이해가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 인류 모두를 위한 평화를 위한 한 마당 큰 잔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으며, 유엔에서 설립키로 했던 국제전범재판소설립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동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다만 냉전체제의 유일한 산물로 남아있는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문제가 주요 의제에서 빠졌다는 점은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헤이그 소재 이준 아카데미 주최로 한반도 평화제전이 열렸으며, 일본의 피스 보트 (Peace Boat) 의 주관으로 일본과 남북한이 참여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돼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NGO들도 시야를 세계로 넓혀 그들과 연대하고 활동함으로써만 국력에 걸맞은 NGO 활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서울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국내 NGO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수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유영 서울 NGO 세계대회 조직위 사무총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