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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증시 '투자불길' 지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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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선의 시나리오]

소비주도의 경기회복과 증시활황이 투자 등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면 어떨까. 한마디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체형과 몸집이 된다. 고용안정, 물가안정, 국제수지개선, 환율안정 등은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소비가 주도해 내수의 회복되면 일단은 쌓인 재고를 쓰고, 그것으로 안되면 기존의 생산시설로 가동율을 높힌다. 그러나 내수경기가 한동안 지속된다는 심리가 작용하게 되면 투자가 일기 시작한다.

이때의 투자는 대체투자가 주종을 이룬다. 기존의 성장기반을 보존하는 수준은 된다. 최근 고개를 드는 (작년대비 10.6%증가) 설비투자가 바로 이 단계의 투자라는 분석이다.

신규투자나 또는 경쟁력강화를 겨냥한 투자는 내수경기가 향후 호전된다는 심리가 상당히 확산되어야 일어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성장기반을 강화하는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증시에 몰린 돈이 기업의 투자활동에 쓰이면 더 할 나위없이 좋다. 더구나 지금처럼 수요가 살아나고 금리도 낮은 상태에서 더욱 그렇다.

기업이 증자를 통해 중시에서 돈을 모으면 투자 뿐 아니라 (부채비율감축 등) 구조조정도 순조로워진다. 만일 증시의 돈이 투자로 이어지면 기업은 금융비용을 들이지 않고 생산기반을 강화할 수 있어 좋다. 경제는 성장기반이 확충되니 좋다.

증시자금이 투자에 활용되면 자산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주식의 공급이 늘어나니 주가폭등이 진정되어 안정적 수준을 되찾을 것이고, 부동산으로 돈이 튀지 않아 부동산가격도 안정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소비회복이 이어지든 증시자금이 흘러들어가서든, 투자가 살아나면 성장세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고용도 다시 늘게 된다. 그 결과 성장기반, 구체적으로 경제의 공급능력이 늘어나면 물가가 안정된다.

또 소비수요를 충족하고도,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국제수지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외환시장은 환율안정으로 반영할 것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케이스다.

결국 소비회복과 증시활황이 투자로 연결되면 물가안정속에 성장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누가나 바라는 경제상황이 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소비가 불을 지피고 있는 경기회복세가 투자를 통한 성장잠재력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자. 소비를 중심으로 국내의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수요압력이 경제의 생산능력을 벗어나게 되어 일단 물가로 번지게 된다.

공급능력 부족은 물가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물가가 오르고, 국내에서 수요를 다 채워줄 수 없으니 수입이 늘어나 결국 국제수지가 악화되게 된다.

실물부문은 그렇다치고, 금융부문의 문제는 더 심각해 진다. 주식시장에 몰린 돈이 투자 등을 통해 실물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으면, 금융활황과 실물부문간의 괴리가 커진다. 소위 '거품' 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폭등한 주가에서 돈을 챙긴 후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나서는 돈은 곧 부동산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것이 부동산 가격앙등으로 번지고 나면 겉잡을 수 없게 된다.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확산되게 된다.

거품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면 거품이 아니다. 거품은 실물경제가 지탱해 줄 수 없는 자산인프레 상태이기 때문이다. 거품은 언젠가, 대부분은 곧 꺼지게 된다. 주가폭락으로 시작해 자산디프레가 확산되고, 실물경제는 장기적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또 거품이 꺼진다는 분위기가 잡히는 순간, 외환은 한국을 떠나게 된다.

외환의 순유입은 계속되고 있으나, 지난 4월 24억달러의 외환이 한국을 떠났다는 소식, 그리고 최근에 들어 일부 외국인투자들이 환율이 올라간다는 쪽으로 선물환거래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 등이 이러한 거품심리를 반영하는 것 같아 불안을 더 해 주고 있다.

거품이 꺼질 때 진행되는 상황은 80년대말 거품이 꺼지면서 수년간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우리의 경험, 또 90년대초에 발생했던 거품때문에 8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눈여겨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렇듯 소비가 주도하는 경기회복과 주식시장활황이 투자 등 실물경제, 특히 투자활성화로 연결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단기적으로는 W형 경기순환, 즉 반짝경기후 다시 불황을 겪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경기침체, 고실업, 국제수지적자, 환율급등으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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