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씨 공천 첫발부터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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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승덕 (高承德) 변호사의 공천 과정은 실리만을 챙기려는 우리 정치풍토의 단면이 실감나게 드러난다.

高씨에게 처음 정성을 기울인 쪽은 한나라당이었다.

그의 정치 입문을 권유한 사람은 이회창 총재의 핵심 측근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인 황우려의원. 지난 3월 중순 서초동 법원에서 우연히 高씨를 만난 黃의원은 서울 송파갑 출마 얘기를 꺼냈다.

高씨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과 대학 스승인 김철수 (金哲洙.전 서울대 법대 교수) 탐라대학장 3인은 평소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그러나 高씨가 마음을 갖고 정작 문을 두드린 곳은 반대쪽이었다.

국민회의측은 고시 3관왕의 실력과 TV 출연을 통한 대중성을 가진 高씨를 탐냈다.

高씨는 15대 대선 당시 국민회의측으로부터 인천 서에 출마 권유를 받았으나 고사한 바 있다.

그의 고향 (광주) 선.후배들은 여당을 선택하라고 권유했고, 高씨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난 1일 국민회의 실무당직자의 안내로 정균환 (鄭均桓) 총장을 찾아가 이력서를 냈다.

그때부터 우여곡절이 본격화했다.

그를 둘러싼 여러가지 흑색선전이 돌았다.

장인 (朴泰俊자민련총재) 과의 갈등 때문에 국민회의측이 공천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 등이 바로 나왔다.

국민회의의 태도가 바뀐 것을 눈치챈 高씨는 지난 주말 黃의원의 뜻을 따랐다.

그리고 "국민회의로 출마하면 자민련을 움직이는 지렛대 역할밖에는 못할 것 같다" 며 한나라당 행을 전격발표했다.

최훈.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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