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씨 한나라 후보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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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3재선거 한나라당 송파갑 후보로 결정됐던 고승덕 (高承德) 변호사가 29일 후보를 전격 사퇴한 것과 관련, 한나라당이 외압에 의한 강제사퇴 의혹을 제기하며 재선거 전면 보이콧까지 검토하고 나서 여야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李會昌) 총재 주재로 긴급 총재단회의를 열어 "공당의 후보를 여당이 강요에 의해 사퇴시킨 것은 정당 사상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선거법 저촉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법적 대응을 강구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한때 임시국회 전면중단 방침을 밝히기도 했으나 총재단 회의에서 "당론으로 반대해 온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는 실력저지로라도 막아야 한다" 는 공감대가 형성돼 선별중단 쪽으로 선회했다.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高씨의 사퇴는 자발적인 것" 이라며 "뒤늦게나마 高씨가 사퇴키로 한 것은 비정상적인 편법정치를 바로잡은 것" 이라고 반박하면서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해 정면 대치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자민련 박태준 (朴泰俊) 총재의 사위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에 모두 공천신청을 했다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던 高씨의 후보사퇴와 이에 따른 대치정국에 국민은 "코미디 수준의 우리 정치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 이라며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초강경 대응방침에 따라 5월 3일로 회기가 연장된 203회 임시국회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며, 특히 정부조직개편안.노사정위법 등 핵심 쟁점사항 처리를 놓고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高씨는 이날 오전 자민련 당사로 장인인 박태준 총재를 찾아가 "물의를 빚어 송구스럽다" "한국사회에선 혈연을 떼어놓을 수 없는 것같다" 며 후보사퇴 의사를 밝혔다.

◇ 한나라당 = 신경식 (辛卿植) 총장은 "高씨는 신변위협은 물론 친척.가족을 동원, 사퇴를 종용받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면서 "본인의사에 반한 강압적 사퇴" 라고 주장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아무리 장인과 사위관계라지만 정치적 소신이 달라 우리 당을 찾아온 高씨를 사퇴시킨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 비난했다.

◇ 여당 =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여당 총재의 사위를 야당이 공천한다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일" 이라며 "이회창 총재는 정정당당하게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고 비난했다.

자민련측은 "야당이 주장하는 외압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가족들의 간곡한 만류에 따른 高씨 스스로의 결론" 이라고 해명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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