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못하는 기관사 고백] '노조서 왕따 무서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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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왕따' 가 되는 게 두려워 농성장을 빠져나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22일 명동성당에서 만난 지하철공사 기관사 박승철 (가명.43) 씨는 대화 중에도 계속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파업이 끝나면 사무소별로 '반 조직자' 명단이 커다랗게 내걸립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거나 조기 복귀한 사람들의 이름 입니다."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복귀율은 22일 오후 6시 현재 29.6%.서울시와 지하철공사에서는 예상보다 복귀율이 저조한 이유로 조합원들 중 상당수가 파업 이후 '왕따' 가 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朴씨는파업 '비협조자' 에 대한 조직적 괴롭힘, 이른바 '파업 후유증' 이 보통 6개월~1년은 간다고 했다.

"다른 조합원들과 대화나 식사를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 등 으슥한 곳에서 위협과 욕설을 들으며 멱살을 잡히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고건 (高建) 서울시장이 21일 기자회견에서 "조속히 복귀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정성껏 보호하겠다" 고 한 발언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직사회에서 자기만 잘 살자고 이탈한 사람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면서도 "조기 복귀자에 대해 물리적 폭력을 휘두른 적은 없다" 고 주장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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