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흘린 종이
날려온 휴지임을
모름이 아니건만
하도 아쉬울 맘에
행여나 님 던진 편지인가
만적거려 보노라
- 김일엽 (金一葉.1896~1971) '휴지'
한국 신여성 제1세대의 시인이다.
이화학당을 마치고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신여자' 를 창간한다.
그녀의 신여성적 편력 끝은 수덕사 송만공에게 귀의, 비구니가 되는 일이었다.
일본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도 지금 한국의 산중 비구다.
이 시도 아닌, 시조도 아닌 듯한 시의 가락은 유치한 바 있음에도, 큰소리 버럭 질러대는 허장성세보다 살아온 날의 저쪽에 남은 애련의 흔적이기에 돋보인다.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