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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 초연 오페라 프리마돈나 달뜬 세 여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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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오페라에서는 베르디의 '리골레토' 처럼 남자가 주인공인 경우도 있지만 소프라노가 음악과 드라마를 주도해 나가는게 보통이다. 또 '카르멘' 처럼 메조소프라노가 프리마돈나를 맡기도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오페라의 꽃' 은 소프라노. 디바 (Diva.여신) 로 추앙받기도 한다.

오는 15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되는 이영조의 '황진이' (한국오페라단.19일까지) 와 함께 막 오르는 올 봄 오페라 시즌의 특징은 모두 굵직한 국내 초연작이라는 것. 풀랑의 '티레지아스의 유방' (국립오페라단.24~27일 국립극장 대극장) , 윤이상의 '심청' (5월22일~6월2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등 모두가 현대곡이다.

우리말 대본으로 작곡한 '황진이' 를 제외하면 프랑스어.독일어 대본을 우리말로 번역해 상연한다.

이들 오페라에 '386세대' 소프라노들이 나란히 프리마돈나로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황진이 역의 소프라노 김유섬 (38) , 티레지아스 역의 소프라노 이은순 (37) , 심청 역의 소프라노 박미자 (36) 등이 그 주인공. 오디션과 실력으로 당당히 주역에 발탁돼 '오페라의 세대 교체' 를 점치게 한다.

소프라노 김유섬은 '98오페라페스티벌' 에서 '라보엠' 의 미미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실력파. 단 1회 공연으로 두 편의 오페라를 '예약' 했다.

올 가을 시즌에도 '나비부인' 의 초초상 역을 맡았고 내년에는 한국오페라단이 제작하는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류 역을 맡았다.

"황진이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의 내면에 가려진 고독과 도전정신을 표현해 보고 싶어요. " 황진이 역은 벽계수 등 5명의 남자를 '상대' 하면서 전막에 걸쳐 혼자 부르는 아리아만도 14곡이나 소화해내는 '주인공 중의 주인공'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숙해지는 황진이의 내면세계를 다양한 음색으로 구사해내야 한다.

김씨는 부산대와 로시니.오지모.만토바 음악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국립오페라 주역가수로 활동했으며 마리오 델 모나코 콩쿠르 1위, 푸치니 콩쿠르 2위 등 10회의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음악이 좋아 아직 미혼이다. 여성해방을 부르짖으면서 군복을 입고 전쟁에 출전하는 남장 여인 티레지아스역을 맡은 소프라노 이은순은 그동안 '코지 판 투테' '장미의 기사' '섬진강 나루' 등 국내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연기파다.

이화여대에서 이규도 교수를 사사한 후 일본 문화청 장학생으로 니키카이 (二期會) 오페라단 연수생을 거쳐 도쿄 (東京) 예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한 바탕 코미디입니다. 유방은 여성의 굴레를 상징하죠. " 이씨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5월 세종오페라단의 바흐 '커피 칸타타' (토월극장)에 출연할 계획. 오는 9월5일 페르골레지의 '성모애상' 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곡으로 독창회를 갖는다.

99오페라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라 트라비아타' 오디션에서 비올레타역으로 발탁됐다가 '심청' 에 뒤늦게 합류한 소프라노 박미자는 이화여대와 이탈리아 파르마 음악원.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 스페인 빌바오.아라갈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이탈리아.스페인에서 활동하면서 지난해 김동진의 '춘향전' 주역을 맡았고 올해 로마에서 '라 트라비아타' (6월) 와 '루치아' (9월)에 출연할 예정. "지난해 판소리를 오페라로 만든 한 '춘향전' 을 해본 경험이 있어 도움이 돼요. 현대적 기법으로 용해한 한국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판소리와 창 (唱) 을 틈틈이 듣고 있어요. " 자신감이 묻어나는 그의 말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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