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전교조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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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20년 전 교육 현실을 비판하면서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참교육을 실천하겠다는 목표로 다수의 교원이 단체를 결성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원에게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당시 여건에서 많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1999년 교원노조법의 제정으로 합법화됐다. 전교조는 출범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경험했으나 그들이 내세운 참교육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으로 다수의 학부모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전교조는 교육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교육계의 새로운 주역이 되었고, 이에 자극 받은 많은 교원이 가입하면서 그 활동이나 영향력도 불려나갔다.

이렇게 한동안 성장했던 전교조가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회원 수가 감소하고 있고, 그 연령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결성 당시 가입했던 젊은 교원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으면서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는 점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는 전교조에 가입하는 젊은 교원의 수가 감소하고, 또한 이미 가입했던 교원들이 탈퇴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회원 수가 감소하고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전교조가 그동안 참교육의 실천이란 결성 당시의 취지와 다른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초입에 우리 사회는 한동안 시국선언으로 떠들썩했다. 이 와중에 전교조도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에 걸쳐 시국선언을 했다. 이러한 현실 참여와 의사표현은 교원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란 점에서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교원은 그 신분이 교육공무원 내지 이에 준하는 신분이다. 그래서 교원노조법은 일체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교육이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그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정치색을 띤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교조는 그동안 정치 지향적인 활동을 통해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몇 년 전에는 전교조 모 지부에서 북한의 선군 정치 포스터를 게재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지부에서는 북한의 역사책을 일부 발췌해 통일학교 행사 교재를 제작, 이념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물론 전교조의 이런 활동만으로 그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또한 전교조 스스로 교육교재로 활용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로 인해 전교조가 정치적 활동에 치중하고 이념적으로 편향적인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은 피할 수가 없다.

전교조는 현실 참여를 통해 문제를 비판하고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참여를 거부한다. 교육 현실을 개혁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전교조가 자신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동안 주장해 온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이율배반적인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자만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다. 하물며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은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의 교원평가제 거부는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를 어떻게 교육시키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땅에 참교육의 실천을 부르짖으며 전교조가 출범했을 때 많은 국민이 지지를 보낸 것은, 이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순수한 의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교조가 교육의 발전에 기여한 바도 많다. 이제 많은 공과를 뒤로 하고 전교조는 그들이 결성하면서 내걸었던 참교육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그들이 결성했던 의미를 살리는 길이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