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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M&A시장도 美 금융엘리트가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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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의 투자은행인 레만 브라더스의 기업 인수합병 유럽 담당 총국장 루지로 마그노니 (48). 최근 그의 하루 일정을 보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동이 채 뜨기도 전 그는 독일의 뮌헨에서 큰 상담 하나를 마무리 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버루스코니사 (社) 와 사우디의 투자가 알리드 왕자가 독일의 미디어 재벌 레오 커크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 아침 식사도 거른 그는 곧바로 이탈리아 밀라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백80억 달러에 이르는 올리베티사의 이탈리아 텔레콤 적대적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점심 무렵 그는 또다시 런던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 적대적 인수에 필요한 2백45억 달러의 자금을 올리베티사에 주선하기 위한 것. 프랑스 BNP은행의 파리바.소시에테 합병사 인수 추진, 버나드 아놀트에 대한 구찌와 프란코스 피노사의 인수경쟁 등도 모두 그가 주도하고 있다. 줄잡아 1천1백억 달러 규모다.

치열한 유럽의 인수합병 현장에는 어김없이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과 컨설팅 업체들의 쟁쟁한 금융 전문가들이 숨어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유럽 기업의 인수는 대부분 이들의 손을 거친다고 보면 틀림없다.

미국의 투자금융사인 'JP 모건' 의 유럽 공업 및 소비재 부문 합병담당 책임자인 스웨덴 딜러 잰 아메시어 (38). 그는 지난 1월 65억 달러에 달하는 포드의 볼보 상용차 부문 인수를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스위스 정부에서 기업의 민영화를 담당했던 그는 94년 모건과 인연을 맺은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웨덴 어머니와 아이보리코스트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스웨덴의 노쾨핑이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자랐다.

스톡홀롬대와 미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런던에서 골드만삭스에 입사, M&A능력을 인정받은 재원이다. 현재 스웨덴 기업 M&A의 절반 이상을 그가 담당하고 있을 정도.

골드만삭스의 독일 지사 사장인 알렉산더 디벨리우스는 4백억달러에 이르는 벤츠와 다임 크라이슬러사의 합병을 성공시킨 거물이다. 최근에는 독일과 미국기업들의 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매킨지에서 금융투자 및 컨설팅을 익힌 뒤 골드만삭스로 옮겨 독일 최고의 M&A 실력자로 부상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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