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노조 무분규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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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아자동차.아시아자동차.기아자동차판매.아시아자동차판매 등 기아 주력 4개 계열사가 17일 무분규 노사화합을 선언했다.

기아의 무분규 선언은 올들어 국내 대규모 사업장으로는 처음으로 자동차 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계 전반의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김수중 (金守中) 사장과 고종환 (高鍾煥) 노조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소하리공장에서 노사협상 조인식을 갖고 "새로운 노사관행 정착을 위해 노사화합을 선언한다" 며 무분규를 선언했다.

이번 노사합의로 기아차는 경영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01년까지 최소한 향후 3년간은 무분규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91년 이후 네차례에 걸쳐 전면 또는 부분파업을 강행했던 국내 대표적인 강성 노조의 하나. 특히 지난 2월 자동차업계에선 맨 먼저 파업을 벌이며 3, 4월 노동대란설 속에서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무분규 선언은 경제회생이 먼저라는 여론과 함께 무모한 투쟁보다 일자리 지키기가 더 시급하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선언으로 노사정위 탈퇴 등 강경 기류가 압도하던 노동계의 분위기가 '노사정위에 참여하면서 투쟁을 병행하자' 는 온건론이 부상하는 계기를 제공해 대규모 춘투 (春鬪) 를 계획했던 노동계를 화해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대훈.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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