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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절반 털어 명품 사는 젊은이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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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22면

상하이에 사는 여성 사업가 리제먀오는 최근 8,000위안(약 150만원)이 넘는 롤렉스 시계를 신용카드로 샀다. 10년 전 론진 시계를 시작으로 해 16번째 구입한 ‘명품’ 시계다. 원자재 수입상이라는 그녀는 매년 20만 위안(약 3800만원)을 명품 브랜드의 옷·신발·시계 등을 구입하는 데 쓰고 있다. “금융위기 때문에 사정이 어렵지만 구차하게 지출을 줄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쑥쑥 크는 럭셔리 시장

그녀는 각종 브랜드 마케팅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중국 소비자 실태조사 결과를 압축하는 상하이의 명품 소비자 가운데 한 명이다. 국내외 언론들은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일본 다음의 ‘럭셔리 대국’이 됐다”고 보도한다. 중국 상무부도 지난해 9월 “중국이 2014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럭셔리 상품의 23%를 소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명품 거리는 바로 난징시루(南京西路)다. 쭉 늘어선 가게 가운데 1997년 문을 구찌 매장은 이곳을 ‘패션 거리’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지갑을 고르던 진이산(金一珊·24)은 ‘얼마짜리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웬만하면 1만 위안을 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곳을 안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신용카드로 무장하고 들어오라”는 인사말이 들어 있다.

사치품 시장이 팽창하는 중국 대륙에서도 상하이는 단연 명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도시다. 유행을 만들고 유행을 이끈다. 중국 대륙에서 가장 많이 패션쇼가 열린다. 의류·핸드백·구두·시계·화장품은 물론 외제 고급 승용차 판매 대수에서도 항상 전국 1위를 달린다. 심지어 고급 아이스크림인 하겐다즈 대리점(비싼 것은 238위안, 보통은 79위안)이 즐비하다. 이곳을 가 본 서양인들은 인터넷에 “이 돈이면 중국 서민이 반 달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글을 쓴다.

서양식 카페 거리인 신톈디(新天地)에서도 서울 못지않은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젊은 층들은 자기 월급의 절반에 달하는 돈을 거리낌없이 프라다·구찌·던힐 등 명품을 사는 데 쓰고 신톈디를 찾는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상하이의 명품 시장 수준에 대해 ‘성숙’ 단계가 아닌 ‘초기’ 단계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어떤 브랜드를 소유하게 됐다는 데 감격하지만 명품의 역사나 숨은 의미, 그것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마케팅 전문가인 쑨이밍(孫一鳴) 푸단대 교수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적한 말이다. 쑨 교수는 “럭셔리 제품이 주는 사회적 지위에는 뿌듯해하지만 막상 본인의 취향과 개성을 표출하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상하이의 명품 브랜드 소비자 중 80%가 45세 이하의 젊은 층이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30%, 일본의 1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돈을 벌었어도 진정한 부자가 되려면 3대(代)가 걸린다’는 말이 있다. 가난을 극복한 할아버지 세대는 험난한 자수성가의 길을 기억하기 때문에 화려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 부모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2세대도 값비싼 제품을 사는 걸 주저한다. 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소황제처럼 자란 손자 세대들은 가격에 관계없이 본인 취향에 맞는 명품 브랜드의 ‘애호가’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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