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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 "막걸리 한국인 닮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포토]

최근 막걸리에 대한 관심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와인 일색이던 대형마트 주류 매장에는 각 지방의 막걸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은 다이어트에 좋다며 마트 등에서 싹쓸이 쇼핑을 한다고 한다. 바야흐로 ‘막걸리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3일, 막걸리의 문화적 가치와 세계화 가능성 등의 공감대 확산을 위한 막걸리 트랜스포머전을 개최했다. 서울을 비롯한 6개 광역시와 광역단체에서 모두 13종의 '대표 막걸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강원도 횡성, 하연연꽃 생쌀막걸리, 부산 산성막걸리, 충북 단양 대강 막걸리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향에 취하고 맛에 감탄한 인파들 속에 익숙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소설가 황석영. 한 손에 탁배기 사발을 들고 있던 그의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한국 사람들을 닮았어, 은근히 오래 가는 게”

황석영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연신 사양했다. 지인의 초대로 방문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막걸리 좋아하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내 막걸리 찬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막걸리 한 병의 유산균이 요구르트 100병 효과라는 거 알고 있어요? 그만큼 좋은 술이죠. 막걸리는 다른 나라의 독주와 달리 은근하게 취하면서 오래 가요. 꼭 한국 사람들을 닮았어요. 은근하게 오래가는 것이. 대신 조심해 돼. 은근하다고 많이 마시면 이삼일 동안 머리가 아프지.”

“옛날에 농사꾼들이 땡볕에 들밥 먹고 나서 막걸리 한 잔하고 푹 쉰 다음 또 들일을 하잖아요. 또 끼니가 없을 때는 막걸리 한두 잔 마시면 든든하고 정말 백성들의 술이지.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외국인들이 발견을 해서 우리에게 알려준 꼴이 됐지.”

외국인 찾아 준 막걸리

지난해 막걸리는 총 생산량은 17만5398KL로 2003년의 14만KL보다 25%나 증가했다. 서울 장수막걸리의 경우 올 상반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늘어난 6175만2828병을 출고해 429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국순당은 생막걸리를 출시해 100일 만에 10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이와 같은 막걸리의 인기는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큰 요건 3가지를 뽑는다면 아마 ‘경제 불황’과 ‘웰빙’ 그리고 ‘일본에서의 열풍’일 것이다. 부끄럽게도 한국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량은 4891톤, 그나마 다행히도 일본이 자랑하는 사케의 수입량 1866톤은 넘어섰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NHK방송의 와카스키 마치 기자는 “일본에서 막걸리는 웰빙 열풍을 타고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있다. 또한 새로운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늘 찾고, 유행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이제 과제가 생겼다. 황석영의 말 그대로 막걸리의 인기를 은근하지만 오래가게 해야 한다. 몇년 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한류 드라마 열풍’을 교훈 삼아, 다시 한 번 찾아온 한류 열풍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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