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4U' 입담·음악결합 '게임콘서트'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누가 개그를 임기응변의 코미디라 했나.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과 개그맨 백재현이 이끄는 '게임' 팀이 기존의 선입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입담과 기지에 의존하는 개그에 계산된 조명, 톡톡 튀는 퍼포먼스,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개그콘서트' 를 통해서다.

19일부터 장장 64일간 대학로 인켈아트홀에서 열리는 극단 4U (문의 766~5391) 의 테마개그 시리즈 2탄 '게임콘서트' 는 개그를 명실상부한 무대공연으로 자리잡게할 도전적인 기획. 이번 공연이 방송개그나 일반 무대개그와 다른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입만 있으면 가능한 개그 대신 음악.안무.조명.퍼포먼스 등과의 '앙상블' 을 선택했다는 점, 소형뮤지컬 수준쯤 되는 2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 개그맨 개인의 순발력보다 탄탄한 구성에 역점을 둔 팀웍 위주의 공연이란 점 등….

"개그 만으로는 무대공연물로서의 가치가 모자란다. 제대로 된 음악과 춤, 퍼포먼스를 위해 6개월 이상 땀을 흘린 것은 이들 과의 결합을 통해 개그를 무대공연물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 기획을 맡은 백재현의 말 속에는 새로운 장르인 개그콘서트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사전적으로 음악회나 연주회를 뜻하는 콘서트에 개그를 접목하기 위해 연기자들은 개그 외적인 요소도 수준높게 소화해내야 한다는 것. '아가씨와 건달들' '넌센스' 등 유명 뮤지컬의 무대미술.안무.조명을 맡았던 송관우.박상규.신호의 가담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게임콘서트는 4가지 테마로 돼있다. 15초를 넘지않는 짧은 개그 30여개가 쉼없이 전개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시츄에이션 개그, 봉과 스틱의 현란한 기교를 맛볼 수 있는 '마임개그' , 현대인의 치열한 삶 속에서 웃음의 의미를 찾는 전유성의 '개그클리닉' , 영화 '시스터 액터' 를 패러디한 코믹뮤지컬. 옴비버스 개그는 각본에 따라 조명이 캄캄한 무대공간의 6등분씩 옮겨 가며 비추면 별개의 개그가 차례차례 등장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심청전의 상봉장면을 패러디한 개그의 경우, 심청이 "아버지 저 청이예요. " 라는 대사를 읊으면 심봉사는 "아냐. 난 스티비원더야. " 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한다.

이어 출연자들이 스티비원더의 히트곡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 를 불러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하게 된다.

개그콘서트는 MBC 개그맨이 주축이 돼 97년 충돌소극장에서 공연한 '컬트삼총사' 가 효시. 올해도 2탄 격인 '누들 누들' 이 컬트 홀에서 공연 중이다.

지난해의 4U 개그콘서트 1탄은 1백8회동안 좌석 (3백석) 이 완전매진되는 빅히트를 쳤다. 컬트삼총사와 4U의 성공으로 요즘 대학로에는 이를 흉내낸 무대공연이 자그마한 붐을 일으키고 있으나 아직 규모나 수준 면에서 콘서트란 이름을 붙일 만한 공연은 흔치 않다.

김국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