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개그를 임기응변의 코미디라 했나.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과 개그맨 백재현이 이끄는 '게임' 팀이 기존의 선입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입담과 기지에 의존하는 개그에 계산된 조명, 톡톡 튀는 퍼포먼스,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개그콘서트' 를 통해서다.
19일부터 장장 64일간 대학로 인켈아트홀에서 열리는 극단 4U (문의 766~5391) 의 테마개그 시리즈 2탄 '게임콘서트' 는 개그를 명실상부한 무대공연으로 자리잡게할 도전적인 기획. 이번 공연이 방송개그나 일반 무대개그와 다른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입만 있으면 가능한 개그 대신 음악.안무.조명.퍼포먼스 등과의 '앙상블' 을 선택했다는 점, 소형뮤지컬 수준쯤 되는 2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 개그맨 개인의 순발력보다 탄탄한 구성에 역점을 둔 팀웍 위주의 공연이란 점 등….
"개그 만으로는 무대공연물로서의 가치가 모자란다. 제대로 된 음악과 춤, 퍼포먼스를 위해 6개월 이상 땀을 흘린 것은 이들 과의 결합을 통해 개그를 무대공연물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 기획을 맡은 백재현의 말 속에는 새로운 장르인 개그콘서트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사전적으로 음악회나 연주회를 뜻하는 콘서트에 개그를 접목하기 위해 연기자들은 개그 외적인 요소도 수준높게 소화해내야 한다는 것. '아가씨와 건달들' '넌센스' 등 유명 뮤지컬의 무대미술.안무.조명을 맡았던 송관우.박상규.신호의 가담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게임콘서트는 4가지 테마로 돼있다. 15초를 넘지않는 짧은 개그 30여개가 쉼없이 전개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시츄에이션 개그, 봉과 스틱의 현란한 기교를 맛볼 수 있는 '마임개그' , 현대인의 치열한 삶 속에서 웃음의 의미를 찾는 전유성의 '개그클리닉' , 영화 '시스터 액터' 를 패러디한 코믹뮤지컬. 옴비버스 개그는 각본에 따라 조명이 캄캄한 무대공간의 6등분씩 옮겨 가며 비추면 별개의 개그가 차례차례 등장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심청전의 상봉장면을 패러디한 개그의 경우, 심청이 "아버지 저 청이예요. " 라는 대사를 읊으면 심봉사는 "아냐. 난 스티비원더야. " 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한다.
이어 출연자들이 스티비원더의 히트곡 '아이 저스트 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 를 불러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하게 된다.
개그콘서트는 MBC 개그맨이 주축이 돼 97년 충돌소극장에서 공연한 '컬트삼총사' 가 효시. 올해도 2탄 격인 '누들 누들' 이 컬트 홀에서 공연 중이다.
지난해의 4U 개그콘서트 1탄은 1백8회동안 좌석 (3백석) 이 완전매진되는 빅히트를 쳤다. 컬트삼총사와 4U의 성공으로 요즘 대학로에는 이를 흉내낸 무대공연이 자그마한 붐을 일으키고 있으나 아직 규모나 수준 면에서 콘서트란 이름을 붙일 만한 공연은 흔치 않다.
김국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