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도 인터넷시대…무속인 10여명 홈페이지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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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끔씩 '인터넷 부채도사' 홈페이지에 들르는 張모 (25.상업) 씨. 최근 '삼두 (三頭) 매 부적을 문지방에 붙이면 삼재 (三災) 를 막을 수 있다는데 인터넷에 부적을 띄워달라' 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바로 다음날 올라 온 부채도사의 글에는 머리 세개에 다리가 하나인 삼두매의 선명한 그림이 첨부돼 있었다.

무속 (巫俗) 이 인터넷 시대를 맞고 있다.

기업이나 네티즌 사이에 퍼지고 있는 '홈페이지 만들기' 가 최근 들어 인터넷과는 별로 '친하지' 않을 것 같은 무속인들 사이에도 유행하고 있는 것. 지난 96년 무속인중 최초로 김광수 (38) 씨가 '인터넷 부채도사' 홈페이지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 시작.

그뒤로 최근 1년새 '전통무당 미륵보살' '샤머니즘 국인보살' 등 인터넷에 등록된 무속인들의 홈페이지는 10여곳. '부채도사' 의 경우 방문객 조회건수가 3년새 7만7천여건에 이르자 이달부터 개인 상담 코너를 유료화 (건당 2만~5만원) 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만들어진 홈페이지들은 자신이 신 (神) 을 받게 된 내력을 털어놓은 '프로필' 부터 무속의 원리나 사주를 풀이해 주는 '온라인상담실' '부적 바탕화면 깔기' 등 메뉴도 다양하다.

홈페이지 만들기에 앞장 서고 있는 것은 PC통신과 인터넷을 즐기는 20~30대의 소장파 무속인들. 2대째 무속을 가업으로 이으면서 하이텔 역학동호회에서 명리학을 강의하는 김성태 (金聖泰.38) 씨도 그중 한명이다.

지난 연말에 개설한 金씨의 홈페이지 '역 (易) 과 무속의 만남, 김성태역학원' 은 동료 무속인들도 자주 찾는 코너. '사주로 귀신을 볼 수 있는가' 등의 주제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고 친한 무속인들의 홈페이지를 서로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체계적인 명리학 해설과 무료상담으로 '무속이 비과학적' 이라는 일반인의 편견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게 金씨의 포부다.

하지만 무속의 대중화보다는 자기 홍보에만 열중하는 '얄미운' 홈페이지도 적지 않다.

온라인상담실이나 무속에 대한 해설 등 서비스는 없이 사무실 위치만 안내하거나 아예 복채 할인 쿠폰을 화상에 띄워 손님을 끌려는 홈페이지도 있다.

사단법인 대한승공경신연합회 사무국장 최수진 (崔秀眞.44) 씨는 "지나치게 상업성만 추구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젊은 무속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무속의 참모습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노력은 의미있는 일" 이라면서 "법인 차원의 홈페이지도 이달 중 개설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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