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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인] 페라리 루카 몬테체몰로 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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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메이커 페라리의 루카 코르데코 디 몬테체몰로 (51) 회장. 세계 자동차업계의 재편 바람 속에 존폐 위기에 몰렸던 페라리를 대대적 구조조정 끝에 되살려 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페라리는 그의 주도 아래 '최고급 스포츠카' 업체로서의 이미지를 되찾으며 제2창업에 성공, 70~80년대 화려했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 (3월8일자) 는 그를 '페라리를 구한 인물' 이라고 평했다.

그는 경영수완 못지않은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여성들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 '이탈리아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 으로 불리기도 한다.

몬테체몰로가 회장으로 취임한 92년은 페라리 역사상 최악의 해였다. 수년째 연간 수백만 달러의 적자를 냈으며, 93년 판매량은 80년대 연평균 실적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가 빼든 첫번째 카드는 9개 페라리 모델의 퇴출. 대당 10만 달러 (1억2천만원) 대의 저가 모델 등 대부분 대중적인 차종이었다. 이후 매년 최고급 차 단 두 개 모델만 새로 내놓았다.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시장확대를 위해 저가 모델을 잇따라 개발하는 게 당시 추세였지만 "고급차를 원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며 틈새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던 것. 이와 함께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질 정도로 매력적인 차를 만들라" 고 독려했다.

모든 모델을 처음부터 재검토했고, 공장 현대화 작업에도 8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판매도 혁신했다. '최고의 차에 걸맞는 최고의 서비스' 를 선언하고 고객 전원이 자체 시험 주행장에서 무료 개인 교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외에 페라리 상표의 T셔츠.모자.목욕가운 등을 판매, 토탈 마케팅 개념도 도입했다.

몬테체몰로는 6년여에 걸친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페라리를 지난해 매출 6억달러, 순이익 2천4백만 달러의 탄탄한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95년에 비해 매출은 2배, 순이익은 무려 12배나 뛴 것. 올해는 장기 호황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미국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몬테체몰로는 "창조성과 팀웍, 정열" 을 성공비결로 꼽았지만, 업계에서는 그의 섹시한 이미지가 스포츠카 판매에 한 몫 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그는 페라리 회장 외에 프로축구팀 보로그나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향수회사 아쿠아 디 파르마와 선글라스회사 웹 라인도 경영하는 등 1인다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인수 당시 다 망해가던 회사였던 웹 라인은 그의 경영 수완 덕에 지금은 배우 샤론 스톤.모나코 공주 캐롤라인이 사용할 정도로 명성을 얻고 있다.

[페라리는 어떤 회사]

카레이서 출신의 엔초 페라리가 자신의 이름을 따 47년 설립했다. 페라리가 만든 스포츠카는 지금까지 5천여회의 자동차 경주에서 우승했으며 25개의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 세계 4대 스포츠카 메이커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F40은 현재 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250GTO는 90년 60억원에 경매돼 화제를 뿌렸다. 69년 피아트가 지분 50%를 인수, 피아트의 계열사가 됐다. 창업자가 숨진 88년을 정점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최근 기사회생해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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