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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모턴 블럼著 '혁신주의 대통령들'…美지도자 조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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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세기 벽두부터 중반까지의 미국을 이끌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1901~9).우드로 윌슨 (28대.1913~21).프랭클린 루스벨트 (32대.1933~45).린든 존슨 (36대.1963~69) 등 네 명의 대통령. 이들은 1890년대 인민주의적 흐름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다시 자유방임형 자본주의 번영의 길을 걷게 했던 대표적 지도자로 손꼽힌다.

네 사람은 어떤 정치.경제철학으로 나라를 일등국가로 끌어 올렸을까. 미국 현대사연구의 권위자 존 모턴 블럼 (예일대) 교수의 지난 80년 저작 '혁신주의 대통령들' (최웅 외 옮김.소나무.1만원) 이 뒤늦게 번역.출간돼 화제를 예고하고 있다. 출신으로 보면 네 사람 중 존슨만 텍사스의 풍족하지 못한 중하위층의 자녀로 태어났다.

그의 버림받은 자에 대한 애정은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행진에 대해 그는 "흑인미국인의 정의를 실현시켜야 하는 책임감은 내 영혼을 열었다" 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그는 '빈곤에 대한 무제한적 전쟁' 을 선포했고 예술.인문정신의 국민생활화를 꾀했다.

공황의 끝에서 경제회생에 주력해야 했던 대통령으로는 두명의 루스벨트가 상징적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경우 '미국의 권위는 바로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 는 신념으로 1890년대 경기침체.노사마찰.빈부격차 등 후유증을 씻고자 했다.

여기다가 보슬비가 내리는 날 행해진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취임사는 실로 눈물겨웠다.

"정부란 국민들이 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미국인을 비참한 삶으로부터 구제하는 주체다. "

소아마비장애를 딛고 일어선 외유내강의 정치인은 이어 "무엇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허황되고 비이성적인 두려움" 이라는 표현으로 1929년 대공황의 어두운 터널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도덕적이고 강력한 행정부. '황소연단' 으로 불리는 연방정부는 기업연합과 거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고 가진 자로부터의 세금징수분을 재정투융자 재원으로 삼았다.

금융트러스트에 정면으로 맞선 윌슨은 "미국의 힘은 도덕적 원리의 힘" 이라는 말로 상황을 대신했는가 하면 뉴딜정책의 주인공 플랭클린 루스벨트는 "가진 자들이 하나같이 대통령을 혐오하지만 나는 그런 혐오를 환영한다" 는 식의 배짱까지 내비쳤다.

대외정책에 대해선 '신자유' 의 주창자 윌슨이 팽창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반면 다른 세사람은 그런 부분의 권력을 즐길줄 아는 인물로 통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휩쓸렸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말. "내과전문의인 뉴딜박사의 임무는 끝나고 이제 정형외과 의사로서 전쟁에 승리하는 역할만 남았다. " 여기서 그는 "행동하기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더 큰 불구는 없다" 는 명언을 남겼다.

이들 혁신주의 대통령의 공통점은 자본주의 체제보호를 대전제로 한 진보적 자유주의 개혁노선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 블럼은 좀 색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혁신주의는 결코 순수하거나 체계적인 신조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타적이고 상이한 견해를 가진 집단들 사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됐다" 고. 지금 우리 사회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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