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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한국에 충고]정치권 협력.노사관계 안정 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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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가 예상보다 빨리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올려놓음으로써 우리나라는 경제위기 탈출을 향한 행보에 더욱 큰 힘을 얻게 됐다.

S&P의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치는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중국 등 신흥시장 전반에 다시 금융위기의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에서 취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국이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과 다르다는 '차별성' 을 분명히 인정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신흥시장 수석 전략가 빌 디닝은 "한국 경제의 급속한 회복은 투자자들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나라가 받은 신용등급 'BBB - ' 는 투자적격 등급 중 맨 아래에 속한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으려면 신용등급은 아직도 여러 단계 더 올라야 한다.

이와 관련, S&P는 "한국은 구조조정을 지속해야 신용등급을 추가로 올릴 수 있을 것" 이라며 특히 정치권의 반목과 노사갈등을 경계했다.

◇ 무엇이 달라지나 = 투자적격 판정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투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을 비롯해 한국에 대한 직.간접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금리 수준도 훨씬 유리하게 된다.

벌써부터 국제 금융시장에서 우리 정부나 금융기관 등이 발행한 해외 채권값이 크게 상승 (금리 하락) 하고 있다.

스미스바니증권 한국 담당자인 김상욱 부사장은 "장기적.보수적 투자자들의 입질이 시작된 것 같다" 고 밝혔다.

물론 외화 유입이 늘어나면서 원 - 달러 환율이 떨어져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소지도 있다.

그러나 국제 차입금리 하락에 따른 혜택, 외국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따른 품질향상 등 얻는 것이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 앞으로의 과제 = S&P는 기본적으로 한국 경제의 앞날을 '긍정적' 으로 보면서도 몇가지 충고를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간부문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 이의 바탕으로써 정치권 협력과 노사관계 안정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왕윤종 (王允鍾)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S&P 조사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야 정치인들도 만났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 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재 정치권 갈등으로 주요 개혁법안들이 표류하고 있고 '빅딜' 등과 관련해 노동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점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민간부문 구조조정에 대해 긍정적 변화의 조짐을 인정하면서 이행 여부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장기투자용 헤지펀드의 하나인 아팔루사의 수석 분석가인 숀 조 이사는 "세계적으로 넘치는 생산설비,치열해지는 경쟁을 합병으로 풀고 있는 여건을 감안하면 많은 한국 기업이 위태한 지경에 있다" 며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뉴욕 = 권성철 전문위원,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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