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DJ의 자리는 개인이 아닌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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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주당 안팎이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포스트 김대중(DJ) 경쟁이 야권통합 논의의 주도권 다툼과 맞물리고 있어서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그 누구도 개인이 포스트 DJ가 될 수 없다”며 “주도권 다툼식의 통합 논의는 결국 분열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세력이 기득권 포기, 조건 없는 통합, 동시 일괄통합의 3원칙에 따라 화해와 통합의 큰 바다인 민주세력의 당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고위원회는 출범을 앞둔 당내 ‘통합과 혁신위원회’(혁신위)의 구성과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 최고위원의 발언은 DJ 서거 이후 야권 통합의 주도권 잡기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정세균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주장한 ‘동시 일괄통합’ 등의 원칙은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고는 적용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의 핵심 측근은 “기득권 포기가 대전제인 통합 논의가 특정인 중심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는 발언”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지난 25일 DJ 출생지(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DJ가) 민주당이 모든 것을 버릴 것을 각오하고, 민주 개혁 진영이 하나로 통합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민주당은 작은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대연합을 이루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말했었다.

정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최대 우군은 최근 정 대표가 정책위의장에 임명한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24일 최고위원회에서 “(DJ가)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 4당과 모든 민주 시민사회와 연합해 반드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 문제의 위기를 극복해 승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주장했다. “유언 중 하나”라는 말도 했다. 서거 전 DJ를 수시 접촉했던 박 의원은 ‘유훈 전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물론 정 대표도 ‘기득권 포기’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사는 많지 않다. 정 대표 측이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데다 통합 논의를 주도할 혁신위원장에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한명숙 전 총리 등 옛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이 거론돼 온 때문이다.

◆원심력 커지는 민주당 주변=민주당의 구심력은 약화되는 반면 주변의 원심력은 커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됐던 동교동계는 DJ 서거 이후 권노갑 전 고문, 한광옥·한화갑 전 대표 등 원로들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한화갑 전 대표와 DJ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복당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대표와) 협력해 통합의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면서도 “무조건 등원해서 원내에서 투쟁해야 된다”고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다.

정대철 상임고문과 장성민 전 의원의 재·보선 도전설도 돌고 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은 당 밖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두 사람은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이창복 전 의원, 조성우 전 민화협 상임의장 등 옛 재야운동의 동지들과 함께 ‘민주통합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결성키로 하고 27일 발기인 대회를 연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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